서울시가 10년 이상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202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보상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시 차원에서 이들 부지에 대한 보상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수십년에 걸쳐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땅주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은 해야겠지만,7조~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보상 재원을 구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결국 일단 시간을 벌고 보자는 미봉책인 셈이다.



◆장기미집행 시설,얼마나 되나

서울시립대 도시정보연구소가 작성한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재정비계획'에 따르면 도시계획으로 결정된 시설 중 2006년 말까지 실제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서울에만 2029곳,9468만1000㎡(2800만여평)에 달한다.

도로가 1657개(81.7%,485만6000㎡)로 가장 많았지만 면적으로만 따지면 공원이 8642만1000㎡(91.3%,152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중 10년 이상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1667곳(82%),30년 이상 장기미집행 시설도 1108곳이나 됐다.

사유지라 하더라도 지난 수십년간 도로나 공원 등 공익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곳을 지금 와서 원상복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이들 시설에 대해 대부분 보상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보상가액.서울시는 장기미집행 시설로 묶여 있는 사유지에 대한 보상 금액을 공시지가 기준 약 5조원(7만~8만필지)으로 추정한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무려 7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용역을 맡은 서울시립대 도시정보연구소의 추산이다.


◆해결 방법

서울시는 당초 '보상을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학자들에게 용역을 맡긴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보상가액이 천문학적으로 나오자 '보상원칙'이 다소 달라졌다.

보상은 하되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보상 기간을 2020년까지로 최대한 늘리고 △기반시설부담금 가운데 일부를 보상비용으로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가 작년 7월부터 거둬들이기 시작한 기반시설부담금의 경우 연간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중 30%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이뤄지는 해당 자치구가 가져간다.

기반시설부담금 전용만으로는 천문학적 규모의 보상액을 감당키 어렵다.

또 지난 수십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한 땅주인에게 2020년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최근 장기미집행 시설에 대한 매수청구 민원이나 소송 등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서울시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자치행정연구부장은 "정부나 서울시가 신도시 개발 등 전시성 행정에만 힘을 쏟을 게 아니라 구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