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도라는 것이 부패 비리 무능력 지방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고 보면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이를 활용하는 것 자체는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주민소환제가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나 정치적 압력 행사 등의 수단으로 지나치게 남발(濫發)된다면 그것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남시나 부천시 등에서 화장장 건설에 반대해 주민 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반드시 필요한 시설임을 뻔히 알면서도 내 지역만은 안된다는 식의 '님비(Nimby) 현상'이 만연한다면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울산 울주지역 공무원노조가 인사 불만을 이유로 단체장 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주민소환이 이뤄진다 해서 곧바로 단체장의 퇴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투표라는 절차를 거쳐 확정돼야 한다. 하지만 주민 소환이 추진되는 자체만으로도 단체장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방행정은 시민단체나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며 인기영합주의로 흐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또 실제 투표까지 이어질 경우 단체장 권한정지에 따른 행정공백 또한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도 운용 방법이 잘못되면 독으로 바뀔 수 있다. 주민소환제를 남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