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7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집요한 '검증공세'에 맞서 직접 긴급기자회견을 갖는 강수를 뒀다.

무대응으로 일관하자니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 같고,캠프 참모들을 앞세워 해명·반박을 하자니 박 전 대표 측의 페이스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캠프의 수장이자 의혹의 당사자인 자신이 직접 해명함으로써 박 전 대표 측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이후 모든 검증의 주체를 당 검증위로 못박아 박 전 대표 측의 추가 '공세'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BBK 의혹','8000억원 재산설'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친인척 명의로 8000억원의 재산보유설과 관련,"8000억원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민간기업에서 20여년간 최장수 CEO를 한 사람으로 재산을 남의 이름으로 숨길 이유가 없다.

단 한 평도 남의 이름으로 숨겨놓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2년 BBK 자금을 횡령해 해외도피한 김경준 전 대표이사와 이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운영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BBK는 (설립자인) 김경준씨가 저를 만나기 이전에 이미 설립·운영하던 회사"라며 "(김씨와) 만나서 회사를 설립하려 했으나 도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창립을 중단했고 영업한 바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BBK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전혀 관계가 없다.

그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이미 검찰과 금융감독원에서 조사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사실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박 전 대표 진영의 잇단 검증공세와 관련,"당에서 검증위를 발족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폭로하는 방식은 당의 원칙을 깨고 당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당이 주관이 돼서 검증위원회,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철저히 당의 정권교체를 위한 일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형준 진수희 장광근 공동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전 대표 측이 제기한 의혹이 마치 사실인 양 보도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고,2002년 대선에서 나타난 네거티브 공세가 당 내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데 대해 이 전 시장이 강한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래서 후보 자신이 직접 나서 강한 톤으로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