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금융중심지인 '더 시티' 동쪽의 중산층 밀집지역인 쳄스포드에는 '한국형 대형 마트'가 있다.

마을 한가운데에 매장 면적 1300평 규모의 단층 건물로 들어선 '쳄스포드 홈플러스'다.

영국 최대 할인점 업체인 테스코가 한국 내 합작회사인 삼성테스코의 매장 브랜드 '홈플러스'를 벤치마킹해 2005년 문을 열었다.

테스코가 한국에서 역수입해 '홈플러스'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영국 내 대형 마트는 이곳을 포함해 여섯 곳에 이른다.

쳄스포드 홈플러스는 식품군보다는 의류·가전 등을 대폭 강화하고 지상 1층과 2층을 무빙워크(자동보행로)로 연결한 복층 구조,매장 내 카페테리아,헬스&뷰티점 등 한국의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매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만난 티모시 존 스트레인지씨(40)는 "영국에선 가전제품을 전문매장에서 사는 게 일반화돼 있지만 이곳은 다른 할인매장과 달리 의류와 가전제품,뷰티제품을 원스톱쇼핑할 수 있는 색다른 점포여서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 핵심은 '역(逆)현지화'

영국을 비롯한 세계 12개국에서 3286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영국 유통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는 1위 유통그룹 테스코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막스엔스펜서,세인스베리에 이어 영국 유통업계 '넘버3'에 지나지 않았다.

만년 3위에 머물던 테스코가 채 10년도 안 된 1990년대 후반 이후 업계 1위로 올라선 비결은 '소비자 벤치마킹'과 '역(逆)현지화','환경전략'으로 요약된다.

특히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과감히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고,해외 점포의 성공 비결을 발빠르게 이식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 전략이 돋보인다는 지적이다.

테스코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매장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본사의 경영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하다 한국시장에서 쫓기듯 좌판을 걷었던 프랑스의 까르푸나 미국의 월마트와 다른 점이다.

해외 점포의 성공 비결을 분석해 영국 내 매장 구성은 물론 해외 각국의 매장 운영에도 곧바로 반영하는 '역현지화 전략'은 특히 테스코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1999년 한국시장에 진출해 5년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선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장점을 그대로 따와 아예 간판도 '홈플러스'로 붙인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영국의 전통적인 유통매장 형태는 미국 월마트 등과 비슷한 창고형이었지만 창고형 매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반영,다양한 형태로 매장 구성을 혁신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300평 규모로 운영되며 샌드위치,와인,과일 등 신선식품을 파는 '메트로'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

◆미래경영 화두는 '환경점포'


데이비드 리드 테스코 회장은 최근 이승한 삼성홈플러스 사장에게 긴급 메일을 전송했다.

올해부터 매년 1800억원(1억파운드)을 환경기술 개발비로 책정,전 세계 테스코 매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50% 줄여나가기로 했으며 내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50% 절감한 한국형 '환경점포' 개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래 경영의 핵심 화두로 '환경'을 선택한 것.에너지 사용량을 기존보다 50% 줄인 환경점포는 이미 영국에서 두 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해외에선 체코에서 처음으로 10월 문을 예정이다.

설도원 삼성테스코 대외담당 상무는 "테스코는 향후 10년 내 전 세계 매장을 환경점포로 바꿔나간다는 장기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