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와 부귀는 그것을 어떻게 얻었느냐가 문제다.

노력과 도덕에 근거를 두고 얻은 명예와 부귀라면 산골에 피는 꽃과 같다.

즉 충분한 햇볕과 바람을 받고 필 수 있는 것이다. " 나폴레옹 1세가 그릇된 명예욕에 사로 잡혀 온갖 죄악을 서슴지 않는 귀족들을 향해 던진 쓴소리였다고 한다.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이 "부정한 짓을 하면서 명예를 얻을 수는 없다"고 단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예로운 죽음은 불명예의 삶보다 낫다"(소크라테스)든지 "명예는 죽지 않는다"(호메로스)는 얘기들은 '명예'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를 일러주고 있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명예라는 이름이 붙은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헌액되는 것을 일생 최고의 영광으로 여긴다.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으면서 대를 물려가며 존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처음 골프채를 잡으면서 정한 필생의 꿈이 실현되는 셈이다.

지독한 노력파,지칠 줄 모르는 투혼,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그녀에게는 아직도 '맨발 샷'이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US오픈 우승 연장전 마지막 홀에서 연못에 빠진 공을 쳐내기 위해 양말을 벗고 들어간 그녀의 투혼은 당시 IMF로 시름에 빠져 있던 온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박세리에게도 과거 2년은 견딜 수 없는 슬럼프의 시기였다.

랭킹이 100위 아래로 떨어지는 수모도 겪었다.

이제 그녀는 신발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 위해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아직 하고 있어 행복하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인간적인 성숙미까지도 배어 나온다.

30의 나이에 들어선 그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며 명예를 지켜갈지 우리 모두 지켜볼 따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