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일리겐담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 캐나다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목표에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개막 전부터 구체적인 감축 목표 설정에 반대하던 미국과 러시아를 합의에 끌어들이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G8 정상회담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목표를 향한 합의가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G8 정상들과 온난화 방지 대책을 논의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했으며 이는 '포스트 교토의정서'를 2009년까지 타결할 수 있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이번 합의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뚜렷한 성과'라고 높이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진전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소식통들은 "이날 회의에서 독일 등 EU 국가들과 일본 캐나다는 종전에 합의한 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 찬성의사를 밝혔지만 미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후협약을 둘러싼 종전 구도에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EU 외교 소식통들은 앞으로 발표될 G8 정상회담 공동성명서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명시되지는 않겠지만 EU와 일본 캐나다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감축하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문구는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논의에는 참여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관심은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결 논의로 쏠릴 전망이다.

교토의정서에는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의무 이행 기간이 2012년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약 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EU 회원국들은 함부르크에서 지난달 열린 아시아·유럽(ASEM) 외무장관회의에서 새 기후변화협약(포스트 교토의정서)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 짓는 시한을 2009년으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의 핵심 주제는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 지역에 대해서도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던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오후 1시께(현지시간)부터 진행된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갈등 봉합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동유럽 MD기지 설치와 관련된 미국과 러시아 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양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미사일 기지를 설치할 것을 제의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