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가 아닌 등급만 공개하는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한 모의평가가 7일 전국 고등학교와 학원에서 실시됐다.

외국어영역은 평이했지만 언어영역과 수리 나형(인문계열 시험) 등은 까다롭게 출제됐다.

전문가들은 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험생들의 성적이 등급으로만 표시돼 변별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대학들을 의식해 시험의 난이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교시 언어영역의 경우 기존에 접해 보지 못한 개념을 다룬 제시문이 많은 데다 제시문의 길이도 전반적으로 길어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은 3번 듣기 인터뷰에서 교수의 답변,18번 '바람과 잎'에 대한 시어 비교,21번 '위치적 군비 경쟁'이 나타낼 수 있는 조건 고르기,29번 초음파 진단 장치의 음향 현상 등을 까다로운 문제로 꼽았다.

수리영역의 경우 가형(이공계열 시험)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나형은 어려웠다.

중하위권 대학에 지원하려는 자연계 학생이 점수 향상을 기대해 나형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가형과 나형 공통으로 알고리즘을 구하는 수열문제와 규칙성을 찾는 수열의 극한 문제가 어렵게 출제됐다.

건물의 용적률이나 휴대용 저장장치의 가격 등 교과서 외 지식이 필요한 문항 등도 학생들이 까다롭다고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태홍식 유웨이중앙교육 수리영역 수석연구원은 "등급 구분을 위한 고난도 문항이 유형별로 3문항 정도 출제됐는데 이 문제들을 맞힐 수 있는지가 상위권과 중위권을 구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어영역은 전반적으로 평이했다.

어휘가 전반적으로 쉬워져 독해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듣기문항 중 업무평가서에 대한 대화 내용을 다룬 문제 정도가 새로운 유형이었다.

탐구영역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을 판별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들이 과목별로 1~2개씩 출제돼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사회탐구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겪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윤리적 태도를 묻는 문항,조선통신사 파견 400주년의 역사적 의의를 신문 형식을 통해 묻는 문항 등이 눈에 띄는 문제라는 평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중상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난도 문항의 출제 방침이 수능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다양한 형태로 응용된 문제를 풀어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