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선관위 결정 직후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로 정무관계회의를 연 뒤 천호선 대변인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한 톤으로 선관위 결정을 비판했다.

통상 헌법기관의 결정에 대해서는 수용 여부를 떠나 의례적으로 붙이던 '존중한다'라는 수식어도 생략됐다.

청와대의 이 같은 강경 대응 방침은 선관위 결정이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활동을 크게 제약할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선관위의 결정이 검찰 고발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노 대통령에 대한 '1차 경고'나 다름없다고 보고 차제에 법적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어떤 형식이든 법적 대응 조치는 강구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구체적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뒤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의견 표명을 유보했다.

천 대변인은 "선관위의 준수 요청 성격이 모호하다"며 "행정적 처분인지,명료한 법적 근거를 가진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청와대가 상정하고 있는 대응방안은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헌법소원,행정소송 등 크게 세 가지가 될 전망이다.

이 중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권한쟁의 심판청구다.

헌법소원의 경우 선관위의 결정이 대통령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이 논거가 되지만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헌법소원의 주체로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통상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부당한 사용으로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 성립되지만 대통령은 그러한 자격 요건을 상실한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자칫 또 다른 정치적 시빗거리를 제공해 청와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행정소송의 경우 이번 선관위의 결정을 구체적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

선관위가 만약 검찰고발 등의 구체적 결정을 내렸다면 가능하지만 '선거법 준수요청'이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대통령을 피해 당사자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권한쟁의심판은 대통령의 정치적 자유권을 둘러싼 대통령과 중앙선관위란 두 헌법기관의 해석이 충돌할 경우 어느 쪽의 판단이 우선하는지를 헌법재판소에 따져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가능하다.

청와대도 줄곧 이번 사안의 법적 원인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공무원법과 선거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의 충돌을 지적해 온 만큼 가장 적절한 법적 대응조치로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 같은 정면 대응방침 표명과 함께 대통령의 대외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외부 행사에서의 강연이나 연설 등 공식 활동에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이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