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일 시장의 예상대로 콜금리를 연 4.5%에서 동결했다.

그러나 금통위 직후 이성태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은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 총재는 우선 경기를 과거에 비해 보다 낙관적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더해 급증하는 유동성과 이에 따른 문제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선뜻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 보이지 못했던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시사한 셈이다.

◆경기에 대한 자신감

이 총재는 "연간 성장률 전망은 당초 예상(연 4.4%)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2분기 들어와서 우리가 전망했던 것이 그런대로 가겠구나 하는 믿음이 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 다른 기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제시했던 한은이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 집행부가 이날 금통위에 보고한 '최근의 국내경제동향' 자료에서도 경기회복세에 대한 낙관론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흐름에 대해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이달에는 "상승기조가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표현도 "국내외 리스크 요인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당초 예상했던 성장경로를 따라 갈 것"에서 "당초 예상한 대로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바뀌었다.

성장속도 강화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은 것이다.

물가와 관련해서 이 총재는 "작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가 2%도 안 되는 저물가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면서도 "통화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 강력한 정책을 써야 할 정도로 물가가 크게 오를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는 물가가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8~9월께 인상에 무게

경기회복 속도가 빨리지고 금통위의 발언도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방향으로 기울면서 연내 콜금리 동결 내지 인하를 내다봤던 국내외 증권사 및 투자은행들도 전망을 속속 '인상' 쪽으로 수정하고 있다.

당초 연내 콜금리 동결을 전망했던 리먼 브러더스는 "이 총재의 발언은 예상을 넘는 매파적인 것"이라며 "한은이 긴축정책으로 선회했으며 곧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증권도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곧바로 다음 달 금리 인상에 나서기보다는 8~9월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단 한 차례 수위를 높인 신호를 보내 시장에서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뒤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총재도 금리 인상 시그널은 보내면서도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선 선택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이 몇 달 사이 반대로 갈 수는 없다"며 "매달 경제흐름을 읽어가면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8~9월쯤 한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선 후 연말이나 내년 초 금리를 또 한번 올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연말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환율 문제 등이 맞물려 있어 한은이 쉽게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채권금리는 미국의 국고채 금리 급등과 한은 금통위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 등의 여파로 전날에 이어 급등세를 이어갔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5.28%,5년 만기 국고채는 0.09%포인트 오른 5.34%를 나타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