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8개국(G8) 정상들은 8일 독일의 북부 휴양지 하일리겐담에서 폐막된 연례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옵서버로 참석한 중국 등 5개 개발도상국 정상들은 선진국들의 책임을 강조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구체적인 실행여부는 미지수다.

◆북한에 미사일 발사 엄격 자제 촉구=G8 정상들은 회담 최종일에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엄격히' 자제해줄 것과 모든 핵무기 및 현재의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도 입증 가능하며 번복 불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정상은 또 북한에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완전히 복귀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정상들은 이와 함께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 평화 및 안보에 명백한 위협이라고 비난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시큰둥한 개도국=독일 일본 캐나다 등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는 목표에 합의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럽이 제안한 구체적인 감축목표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주요 개발도상국은 별도 회담을 통해 "우리는 선진국들과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국가들의 이익과 능력을 고려해 상대적인 시각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세지는 G8 회원국 확대 목소리=개도국들은 또 향후 G8 회담에서 자신들의 발언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우리는 초청국이지만 G8 정상회담의 일반적인 결정 사항에 대해선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향후 G8 정상회담에서 개도국의 참여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진국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신흥경제국들과의 정책 공조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의표 찔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구상=미국이 동유럽에 MD 기지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불붙은 MD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간 MD 공동 레이더기지를 아제르바이잔에 건설하자고 역제안한 것.

전문가들은 푸틴의 역습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의표를 찔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해득실 및 전략 등을 비춰볼 때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