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니치 도쿄신문 서울지국 특파원 >

지난 1일 오후 5시께 서울 태평로에 있는 프레스센터 9층의 주니치 도쿄신문 서울지국.문을 열고 들어서자 분주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던 나카무라 기요시 서울지국장과 후쿠다 가나베 서울특파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라며 능숙한 한국말로 반갑게 기자를 맞이했다.

나카무라 지국장은 덕수궁이 내려다 보이는 책상에 앉아 이날 발생한 남북 장관급 회담 결렬 기사를 본사로 막 송고하던 중이었다.

요즘 한국 기사가 많냐고 묻자 "한국에 부임한 지 2년이 지났으나 한·일 관계는 물론 남북 문제로 연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주니치 도쿄신문 그룹은 일본 종합지 중에서 요미우리,아사히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신문사다.


일본 내 2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나고야를 근거지로 하는 주니치신문과 도쿄 중심인 도쿄신문이 주력지다.

서울 지국에는 2명의 특파원과 한국인 2명 등 4명의 기자가 근무하고 있다.

20년차의 베테랑 기자인 나카무라 지국장은 2003년 1년간 서울대에 유학한 뒤 2005년 3월부터 특파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입사 초기인 1980년대 말 오사카에 근무한 게 인연이 돼 서울 특파원까지 오게 됐다.

오사카는 재일동포들이 많아 동포들을 취재할 기회가 많았고 전후 처리나 종군 위안부 등 한·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한국을 취재하면서 관심을 키워왔다.

지난해 가을 부임한 후쿠다 특파원은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밤에는 연세어학당을 다니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만 보면 한국인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한국 사람과 닮았다고 주장하는 나카무라 지국장은 "순두부와 된장 찌개를 좋아하는데 주변 식당에 가면 한국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좋아했다.

한국에서 가장 재미 있는 게 뭐냐고 묻자 두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사무실 근처인 무교동 뒷골목에서 한국인 친구들과 밤늦도록 술 마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재계 등의 취재원은 물론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일주일에 평균 세 번 정도는 자정 넘게까지 술을 마신다고 털어놓았다.

옆에 있던 정지원 기자(사진 왼쪽)는 "큰 사건이 터지거나 이벤트가 있으면 어김없이 몰려가 회식을 한다"면서 "한국 회사 이상으로 회식 문화가 살아 있다"고 거들었다.

생활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일본과 경제적 격차가 거의 없는 데다 생활 여건도 좋아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면서 "그래도 가장 힘든 것은 여전히 '한국어'"라고 말했다.

독도 문제 등 한·일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이 터지면 본사 데스크를 이해시켜 한국 내 현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 일 중의 하나라고 털어 놓았다.

두 특파원에게 한국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 뭐냐고 물어봤다.

근무 3년째에 접어든 나카무라 지국장은 "한국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했는데 연초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며 "한반도는 급변하는 지역으로 세계 뉴스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후쿠다 특파원은 "평소 한국인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에서 알지 못했던 한국인들의 리얼한 생활과 문화를 일본 독자에게 알려 양국 국민 간 이해 폭을 넓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다테마에(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인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한국은 정말 매력이 있는 나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시골로 꼽히는 중북부 니카다현 출신인 나카무라 지국장은 "일본에서는 거의 사라진 사람끼리의 따뜻한 인정이나 우정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한국은 정말 살 만한 나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향후 소망을 물어봤더니 역시 프로 기자다운 대답이 나왔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남북 문제와 관련해 좋은 기사를 많이 써 일본 독자들에게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를 정확히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쿠다 특파원은 "한반도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곳"이라면서 "한국의 앞날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인들은 '돌파력'이 있어 미래를 낙관한다"고 말을 맺었다.

글=최인한 기자/사진= 허문찬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