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필자는 만성피로 환자들을 위해 진단서를 써주는 일이 많아졌다.

대부분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한 피로 증상을 느껴 직장에 병가를 내거나 산재보험에 급여를 신청하기 위한 진단서다.

그만큼 주변에 병적인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피로는 급성피로 만성피로 지속성피로 만성피로증후군 등으로 나눈다.

급성피로는 피로 증상이 1개월 미만 지속되다 저절로 회복되는 일과성 생리적 피로가 대부분이다.

1개월 이상 이어지는 지속성피로는 의사의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

피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만성피로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종류든 피로의 양상이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오래 지속된 경우 암 당뇨병 갑상선질환 고혈압 협심증 결핵 우울증 등 숨겨진 원인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성피로를 앓고 있는 사람의 비율(유병률) 통계는 천차만별이다.

한 국내 보고에 따르면 초진환자의 4.7%가 피로를 주된 증상으로 호소하고 있다.

외국의 연구는 6.9∼24.0%로 다양하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만성피로의 유병률은 5∼15%인 것으로 추산된다.

피로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고 연령에 따른 차이는 연구결과마다 다양하지만 사회 경제적인 계층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피로 원인은 매우 다양하나 단순화하면 피로의 20% 정도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40∼45%는 우울증 불안증 등 정서장애,20∼45%는 암 당뇨병 등 신체적 질환에서 비롯된다.

대체로 신체적 질환으로 인한 피로는 휴식을 취하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증상이 호전되고 오후가 되면 증상이 심해진다.

반면 정서장애에 의한 피로는 쉰다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아침에 증상이 악화되거나 기분에 따라 피로 증상이 좌우되는 특징을 갖는다.

만성피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피로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 치료하지 않은 채 비타민 간장약 인삼 건강기능식품 보약 등의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에너지 저장과 사용을 조절하는 간 기능이 떨어지면 피로를 느끼게 된다.

간 기능이 나빠지면 피로를 느끼는 게 당연하지만 피로증상을 느낀다고 해서 간 기능이 나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면 간장약을 찾는다.

광고와 속설의 영향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얘기다.

만성피로가 계속되면 발열 기침 호흡곤란 체중감소 두통 우울증 불면증 등 여러 증상을 면밀히 살피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시적 피로는 동반증상이 많지 않지만 병적인 피로는 동반증상이 많고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원인과 동반증상이 복잡할수록 치료가 어렵다.

1개월 이상 지속되는 병적인 피로라면 의사가 병력조사를 한 다음 다면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만성피로는 흔하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한두 가지 약으로 치료되는 쉬운 질환이 아니다.

병적인 피로는 각종 질환 전반을 깊이 이해하는 의사가 나서야 치료가 가능하다.

/신호철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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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피로증후군 vs 만성피로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은 만성피로와 다른 질환이다.

진찰을 받아봐도 피로의 원인을 밝힐 수 없고 충분히 휴식하고 일을 줄여도 피로가 완화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예전에 비해 일상적인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심한 경우 입원이 필요하고 샤워만 하고도 1시간 정도 누워있을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국내외 연구결과를 분석하면 인구의 0.2∼0.5%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만성 감염(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자율신경계 장애,신경호르몬 이상,극심한 스트레스,독성 물질,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만성적인 감염증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면역체계가 활성화된 결과 인체에서 사이토카인과 같은 면역조절 물질이 과잉 분비되면서 뇌내 신경전달 물질체계가 교란돼 만성피로증후군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지지를 받고 있다.

병의 원인이 복잡한 만큼 경험 많은 의사의 치료가 요구된다.


■ 피로 예방을 위한 10계명

1. 1주일에 3∼4회,적어도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2.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3.가능하면 음주를 피한다.
4.커피 홍차 등 카페인 음료 섭취를 줄인다.
5.적절한 체중을 유지한다.
6.하루 6∼8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7.지방질 당분 섭취를 줄이고 비타민 미네랄을 보충한다.
8.업무량을 조절해 충분한 휴식시간을 확보한다.
9.이완운동 호흡법 등 긍정적인 스트레스 대처법을 익혀둔다.
10.습관성 약물 사용을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