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과 죽음은 직시할 수 없다'고 한다.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하고 인생은 고해라면서도 정작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노인들의 가장 흔한 푸념인 "빨리 죽어야지"가 처녀의 "시집 안간다"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와 함께 삼대 거짓말이라고 할까.

스티브 잡스는 그러나 2005년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고 말했다.

죽음을 떠올리면 주위의 기대와 자부심 수치 두려움 등이 다 떨어져나갔다는 것이다.

'죽음을 직시해야 본래의 실존을 찾을 수 있다'는 하이데거의 얘기와 같은 맥락인 셈이다.

경기도 용인 백암면에 건립된 장례역사박물관은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는 곳이다.

1만5000여평 부지에 세워진 전시관엔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장·제례에 관한 유물과 자료가 가득하다.

3∼5세기 옹관,조선시대의 관과 상여,일본의 좌식상여 등 각국의 운구 및 묘제 용품은 죽음이 모든 인간의 숙명임을 새삼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

독수리에게 육신을 내주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믿음 아래 치러진다는 티베트의 조장(鳥葬) 등 각지의 장례 관습을 전하는 기록물은 사후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보여준다.

1300여명의 사람과 350여필의 말 미니어쳐를 이용해 재현해낸 1800년 6월 정조대왕 국장 행렬의 규모는 놀랍다.

죽음과 장례라는,흔치 않은 주제의 박물관을 기획한 사람은 고(故)임준 ㈜삼포실버드림 대표.장례용품 제조로 얻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지난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람은 가고 박물관만 남은 셈이다.

가족들이 유지를 이어 장례역사박물관은 물론 통과의례체험박물관까지 세운다고 한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천년만년 살 것같던 이도 전혀 예기치 않은 순간 그리운 사람들의 곁을 떠난다.

장례역사박물관에 들러보면 인생의 유한함이 가슴을 칠 것이다.

살아있는 날들,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질 테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