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자 최근 영화화되기도 한 '향수'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향을 그대로 보존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 향기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명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향수일수록 천연 재료의 함유량이 많다.

1916년 이탈리아 파르마(Parma)란 지역에서 출발한 '아쿠아 디 파르마' 역시 대부분의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며 천연 재료를 증류,최대한 인공적인 향을 배제하면서 인기를 끈 향수 브랜드다.

'아쿠아 디 파르마'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30년대 '콜로니아'를 통해서다.

당시 유행하던 향수들이 대부분 무겁고 복잡한 향을 갖고 있던 데 비해 '콜로니아'는 가볍고 신선한 향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오드리 헵번,캐리 그란트 등 당대를 풍미하던 할리우드 배우들의 애장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명성을 쌓아 올렸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장점은 100년 가까운 노하우가 고스란히 제품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불가리,샤넬,까르띠에 등 유수의 브랜드들이 내놓는 향수는 대부분 향수 전문 제조 공장을 통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내놓는 데 비해 '아쿠아 디 파르마'는 자체 공장에서 병,포장 용기까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가격에 비해 천연 재료의 함유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우아하고 비싼 꽃으로 알려진 아이리스를 활용한 '아이리스 노빌레'(100ml 13만2000원)가 대표적이다.

김성호 신세계백화점 잡화팀 과장은 "천연 재료를 이용한 화장품들이 선호되듯이 향수도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이용한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천연 재료의 비율이 98%에 이르는 프랑스제 '크리드'는 75ml짜리가 25만원에 달한다.

김 과장은 "'크리드' 같은 향수는 너무 비싼 데 비해 아쿠아 디 파르마는 천연 재료의 비율이 '크리드' 못지않으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아쿠아 디 파르마'는 1990년대 루이비통,페라리,토즈 등을 보유한 명품 그룹인 LVMH에 인수되면서 세계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덕분에 버그도프 굿만,니만 마커스 백화점,바니스 뉴욕 백화점 등 세계 최고급 백화점에 매장을 열기도 했다.

국내엔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 1층에 첫선을 보였고 최근 갤러리아 압구정점에도 입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