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최고급 후륜구동 세단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를 출시하는 현대자동차가 이 차량의 가격과 독립 브랜드 도입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제네시스 출시를 앞둔 현대차가 가격 딜레마에 빠진 것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수입차의 가격 인하 바람 때문이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22일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경쟁 모델로 삼고 있는 뉴 5시리즈를 기존 모델보다 낮은 가격에 출시했다.

특히 배기량 3.0ℓ인 528i는 기존 모델보다 1900만원이나 싼 6750만원에 나왔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도 지난 3월 크라이슬러 300C의 가격을 2.7 모델은 4980만원으로,3.5 모델은 5780만원으로 내렸다.

현대차는 당초 제네시스의 가격을 △배기량 3.3ℓ 모델은 5000만원대 초반 △3.8ℓ 모델은 6000만원대로 정할 방침이었다.

실제 가격이 이대로 정해진다면 경쟁 수입차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27~28일 비밀 품평회에 참석한 고객들은 제네시스의 가격이 예상보다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인지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 업체의 가격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제네시스 최하위 모델의 가격은 4500만원 안팎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를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내놓는 방안도 고민거리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현대 로고가 아닌 별도의 엠블럼을 붙이되 판매망은 분리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차량 앞뒤에 현대 로고를 붙이지 않는 대형세단 에쿠스의 브랜드 전략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경우 제네시스의 브랜드 정체성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쿠스 전용 전시장에서도 실제로는 그랜저와 쏘나타 싼타페 등을 함께 전시,판매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브랜드 가치에서 밀리지 않으니 현대 브랜드를 유지하자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서성문 한국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에쿠스에 대해 독립 브랜드화를 추진했지만 에쿠스가 현대차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별도 브랜드 도입에 따른 위험 부담은 줄이면서 기존 현대 브랜드와도 거리를 두려는 모호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제네시스를 프리미엄차이면서도 판매 비중이 큰 볼륨 모델로 삼으려는 전략이 가격과 브랜드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판매량을 늘려 최근 급격히 떨어진 수익성도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최고급 차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영업본부에서 판매 목표량을 높게 책정해 가격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