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결정 비웃는 盧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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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일 또다시 입을 열었다.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 결정을 받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오히려 선관위의 결정에 작심한 듯 노 대통령은 강연 원고를 직접 작성했으며 발언 내용도 위험 수위를 오르내렸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약받지 않겠다는 특유의 오기이자 정권 재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으로서는 탄핵의 실익이 없고 검찰 고발을 당하더라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닌 만큼 행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앞으로도 노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은 계속될 전망이다.
◆盧명박만큼만 해라
노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결정의 빌미가 된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학위 수여증에 명박(名博·명예박사)이라고 적혀 있는데,'노(盧)명박' 되는가 싶어서…"라며 청중들의 웃음을 유도한 뒤 "이 전 시장이 '노명박'만큼만 잘하면 괜찮다.
자화자찬같지만 노명박만큼만 해라"고 비꼬았다.
이 전 시장의 감세론에 대해 "그렇게 되면 6조8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그 돈이면 교육과 복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절대로 속지 마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세는 복지 정책을 완전히 골병 들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선거 운동이냐"고 반문하며 "그런 정책이 옳지 않다고 말도 못하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은 언론의 밥'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언론의 밥"이라며 "독재와 결탁하고 시장 지배자와 결탁한 언론이 스스로 권력이 돼서 누구는 된다,누구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다음 정권 되면 기자실이 되살아난다고 하는데 제가 확실하게 대못질하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임기 중 개헌 시도가 좌절된 데 대해 "한국은 정치 후진국"이라며 "전 세계에서 막 후진국,독재 국가를 벗어난 국가에서만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가지고 있다.
5년 단임제는 쪽팔리는 것"이라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선거법은 위선적 제도
선관위를 겨냥한 노 대통령의 표현은 거칠었고 원색적이었다.
"어디까지가 선거 운동이고 정치 중립이냐" "정치에서는 중립 안 해도 되고,선거에서 중립하라는 얘기가 말이 되느냐"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 등 본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강연 도중 "대통령은 후보로 나오지 않더라도 그 다음 정권을 지키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조항에 대해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라며 "정부가 선거법을 함부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여러 방도를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영남에서 30% 얻으면 무조건 이겨
열린우리당 탈당파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영남 지역에서 32%를 득표했다"며 "대선에서 우리당이 영남 32%를 득표한다고 가정하면 무조건 이기는 것인데 우리당이 분열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또 "회사가 부도 나려고 하면 사채라도 끌어와야 할 사람들이 여유 자금이 좀 바닥났다고 보따리 싸서 우수수 나가려고 한다"며 "정치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배신 행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주의와 관련,"지역주의,안방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한 뒤 "이를 뒤엎지 못하면 호남은 계속 고립된다.
호남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