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쏟아낸 매물에 코스피 지수가 9일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302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6월14일 5095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외국인들은 전날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7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코스닥 시장(-7억원)뿐 아니라 선물 시장에서도 9672계약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거래소 시장에서 지난달까지 3조원이 넘는 매수 기조를 이어가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5거래일만에 6400억원 가량의 매물을 토해내면서 본격적인 차익 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시장이 쉼없이 내달린데 따른 심리적 부담이 큰 상태인데다 그 동안 사들인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이 커 주식 매도가 추세적인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은 주로 건설과 철강, 조선 등 그 간 연속 상승으로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과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은행 등이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대투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글로벌 긴축이 국제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져 세계 증시의 조정을 유발할 경우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다만 긴축 리스크가 부각된 초기 국면이라는 점에서 한동안은 매물 출회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강문성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이머징 시장 관련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어, 국내 증시에 대해서도 일부 비중축소가 진행되는 것일 수 있다"면서 "계속된 지수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다소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이 미국 증시와 연동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일단 미국 증시의 반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한편 강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매도에 나서고 있지만 기관이나 개인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고 있어 수급은 양호한 편"이라면서 "최근의 변동성 확대는 주도권이 외국인에서 국내 주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주 선물옵션만기에 나올 물량이 많지 않아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으며, 주중 발표될 지표들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돼 주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을 되찾아 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