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우려감이 글로벌 증시를 뒤덮고 있다.

금리가 뜀박질 양상을 보임에 따라 승승장구하던 증시가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사흘 동안 400포인트나 흘러내렸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추세전환했는지,아니면 단기적인 조정국면인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현재로선 금리는 상승세를 탈 것이지만 증시가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뒷걸음질친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에 따른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퇴조 우려 탓이다.

7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5.14%를 기록,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5%대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수익률 곡선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정배열로 되돌아왔다.

일단 금리가 상승하자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수수께끼'로 표현했던 장단기금리 역전현상도 금세 해소됐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금리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점에 손을 들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투자책임자인 '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날 "채권시장이 25년여 만에 돌연 약세장(수익률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1년 전 "채권시장 약세장이 끝났다"고 선언했던 그로서는 전향 선언을 한 셈이다.

그는 앞으로 3~5년 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종전 최고 연 5.5%에서 6.5%로 1.0%포인트나 올려잡았다.

해리스 프리이빗뱅크의 잭 앨빈은 한술 더 떠 "국채 수익률이 올 가을에 5.5%에 달한 뒤 1년 후에 7% 선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전망을 반영,블룸버그가 69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 기준금리는 내년 6월까지 인하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10년 국채 수익률이 기준금리(연 5.25%)를 웃돌 경우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금리 상승에 대한 전망이 우세해지는 것에 비례해 증시 조정을 점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상당수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추세전환인지,아니면 단기조정인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세계 증시를 동반 상승으로 이끌었던 글로벌 저금리시대가 끝나가는 만큼 글로벌 금리 인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며,이에 따라 상승장도 조만간 종점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도했던 사모펀드로 유동성 공급이 주춤해지며 상승모멘텀을 순식간에 잃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어웨드 애셋 매니지먼트의 회장인 제임스 어웨드는 "글로벌 금리 인상 우려가 주식시장의 모멘텀을 앗아갔다"고 지적했다.

스털링스타모스의 마이클 카스트너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증시엔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단기조정론이 우세하다.

뉴욕증시는 지난 2월 중국발 쇼크 때를 제외하곤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고 줄곧 올랐다.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금리 인상 우려가 지나치게 크게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처치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처치는 "국채 수익률 5%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주식을 팔고 나가게 하는 수준도 아니다"며 "이번 조정은 일정 부분 건강한 차익실현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밸론 파트너스의 피터 카딜로는 "승승장구하던 뉴욕증시에 일단 제동이 걸려 앞으로 4~6% 조정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