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섰다.

지난 5일 이후 사흘째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내다팔고 있다.

증시가 조정 없이 1700선 이상으로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증시 조정과 글로벌 긴축 우려 등도 외국인이 보수적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최근 급등한 업종 중심으로 일부 차익을 실현하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매도 고삐 죄는 외국인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43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에 4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은 지난해 6월14일(5096억원 순매도) 이후 약 1년 만이다.

최근 사흘간 순매도 규모는 8500억원가량에 이른다.

이 기간에 선물시장에서도 1만5000계약 이상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4∼5월 연속으로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 '팔자'로 돌아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최근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요인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한국 증시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졌다"며 "미국 증시 약세와 글로벌 긴축 우려감이 맞물리면서 외국인이 전반적으로 보수적 관점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진 매도세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순매수 기조를 지키고 있다"며 "최근 4년간 상승장에서 단기 조정 때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 움직임은 흔히 있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이 사들인 3조원가량이 현재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물량의 거의 전부"라며 "그 가운데 일부가 차익 실현되고 있으며 지수가 두 달 동안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철강·조선 팔고 IT·금융 사고

외국인은 그동안 시장을 주도한 철강과 조선 건설주를 내다팔고 있다.

최근 사흘간 포스코(1271억원)와 현대제철(514억원)을 대거 순매도했다.

삼성중공업(839억원) 현대중공업(492억원) STX조선(270억원) 등 조선주도 순매도 상위 20위권에 올랐다.

또 삼성물산(448억원) GS건설(417억원) 현대건설(257억원) 등 건설주에도 순매도가 집중됐다.

이 밖에 현대·삼성·대우·우리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등 증권주들도 순매도 상위종목에 포함됐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전기 359억원어치를 비롯해 삼성테크윈(243억원) 등 정보기술(IT)주를 주로 순매수했다.

신한지주(226억원) 삼성화재(191억원) LG카드(156억원) 대구은행(145억원) 기업은행(66억원) 등 금융주들도 순매수 상위종목에 대거 포함됐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철강 건설 해운업종에 대해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박해영·서정환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