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에너지가 오랜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구온난화,고유가 추세,기후변화협약 등으로 원전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원자력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지난 20년간 원자력 발전소를 한 기도 짓지 않았던 세계 최대 원전 보유국 미국이 향후 10년간 30~32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는 등 주요 국가들이 원전 건설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0기 이상의 원전이 새로 가동되면서 가동 원전 수가 500기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는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0일 "원자력 발전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루마니아,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모로코 등을 대상으로 한국형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원전건설이 없던 미국,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풍부한 건설ㆍ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준공이 가능해 수출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원전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방사성물질은 격납용기 안에 완전히 갇히기 때문에 발전소 주변에는 방사선의 영향이 없다"며 "콘크리트로 만든 격납용기는 로켓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에너지법을 개정해 30년 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했으며,일본은 2030년까지 현재 20%대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40%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국가 에너지 전략'을 확정했습니다.

유럽 역시 원자력발전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죠. 핀란드는 원전 건설 중단 10년 만에 신규 원전 공사에 착수했고,유럽 최대 원자력 국가인 프랑스도 플라망빌 지역에 신규 원전을 건설키로 했습니다.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은 2020년까지 30기,인도는 2030년까지 50기를 짓는다는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한국도 두손 놓고 있을 순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신고리 1ㆍ2호기와 신월성 1ㆍ2호기를 건설 중이며 안전성과 경제성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원전 1400㎿급 신형경수로인 신울진 1ㆍ2호기를 비롯해 신고리 3ㆍ4호기에 대한 주계약을 지난해 8월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총 8기의 원전 건설을 완료해 총 2만5916㎿의 설비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원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뭡니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이기 때문이죠.

석유로 대변되는 화석연료는 매장량 고갈과 가격 폭등,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라는 삼중고에 막혀 진퇴양난입니다.

원자력 발전은 유연탄 사용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0분의 1에 불과하며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 발전에 비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분의 1에 불과하죠.

탁월한 경제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화석연료에 비해 원전이 얼마나 경제적인가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전은 전력 1㎾를 생산하는 데 약 40원 정도가 들지만 석유는 115원,LNG는 132원이 듭니다.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물가는 199.5% 상승한 반면 전기요금은 고작 3.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기요금이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전력의 40%를 공급하는 원자력발전이 전력 평균단가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죠."

-한국형 원전 수출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루마니아,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모로코 등을 대상으로 한국형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 한국형 원전을 플랜트 형태로 수출하기 위해 핵심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벌이는 중입니다.

2016년까지 원전 2기를 가동할 예정인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의 경우 사업비가 총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체르나보다 3ㆍ4호기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있고,모로코에서도 원전 건설 입찰의향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현재 준비 중이죠.

잘 될 겁니다."

-한국형 원전의 강점은 무엇이죠.

"1980년대 이후 원전건설이 없던 미국,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총 11기의 원전건설에 따른 풍부한 건설ㆍ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준공이 가능해 수출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특히 콘크리트 타설부터 원전 상업운전까지 52개월이면 충분하다는 게 국제경쟁력의 요체죠.

경쟁회사보다 1년 이상 공기가 빠른 셈입니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처음으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인 국가들이 우리의 원전 국산화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하다면 유리한 거죠."

-원전의 안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엄연한 현실아닙니까.

"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원전의 이용률은 92.3%로 세계평균 79.5%를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원전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고장이나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는 18일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고리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만.

"국내 1호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이달 18일 설계수명 30년을 채우게 됩니다.

그러나 9일 안전성평가를 위해 가동을 중단시켰습니다.

연장 가동을 위해선 정부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해 6월 과학기술부에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절차상 연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원전 계속운전 현황은 어떻습니까.

"총 103기의 원전을 보유한 미국에선 48기가 20년의 계속운전을 승인받아 최대 60년을 가동할 수 있게 됐으며 8기는 심사 중입니다.

영국은 7기,일본은 12기가 계속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동원전 448기 중 72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 중 24기가 이미 계속운전을 하고 있으며 49기가 심사 중입니다."

-경주 방폐장은 잘 추진되고 있습니까.

"현재 각종 인ㆍ허가를 신청 중이며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방폐물사업 본부장이 현장에 상주하는 등 본사조직을 전진 배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올 3분기에는 방폐장 기반시설 공사에 착공하고 2009년 말까지 10만드럼 시설용량에 해당하는 1단계 공사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지원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특별지원금 3000억원 전액을 한번에 경주시에 지급했고 양성자가속기 사업도 지난 3월 경주시와 원자력연구소 간 사업협약이 체결됨으로써 건설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한수원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한수원은 인간ㆍ환경ㆍ기술을 중시하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도약하는 것을 미래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향후 신재생 에너지 매출비중을 7%,해외매출 비중을 3%로 끌어올려 2015년에는 매출 8조9000억원,순익 1조1000억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