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2006년 제3차 회의가 있었던 지난해 10월25일.이날 안건은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상반기 기금운용 성과 평가 △임대주택 투자 방안 △해외 투자기관과의 전략적 제휴 추진 방안 등 총 8건이었다.

200조원에 육박하는 기금 운용과 관련한 굵직굵직한 안건들이다.

그러나 회의 참석자는 11명.총원 21명 가운데 간신히 절반을 넘겼다.

가관인 것은 위원장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사말."오늘 위원님들이 의결 정족수가 될 만큼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였다.

그러나 정작 놀랄 만한 일은 이런 일이 다반사라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복지부 인터넷 홈페이지(mohw.go.kr/npfund.cafe)에 공개돼 있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2006년 3월~2007년 3월까지 다섯 차례분)을 분석한 결과 기금운용위의 평균 출석률은 59%(12.4명)에 불과했다.

200조원에 육박하는 기금의 중요 의사결정 사항들이 겨우 겨우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3명의 정부 측 당연직 위원은 다섯 차례 회의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고,회의에 참석했다고 해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위원이 4명이나 됐다.

게다가 평균 1시간55분의 회의시간 중 6건의 안건을 처리해 보고시간 등을 빼면 평균적으로 10분 만에 1건의 안건을 초고속 처리했다.

지난해 3차 회의 때는 일부 안건에서 논란이 벌어져 3분기 기금운용 현황 보고 안건은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넘어갔다.

참석 인사들의 발언도 일부에 심하게 편중됐다.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이 회의시간의 절반 이상을 독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서면으로 대체하겠다"는 발언도 수시로 나오고 있다.

특히 기금운용위 구성이 가입자 대표 등 연금 비(非)전문가 위주여서 실질적인 투자전략 심의나 결산 평가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가입자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한 위원은 2006년 첫 회의에서 "식사를 마치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에는 발언 기록이 전혀 없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금 운용과는 관계가 없는 음식업중앙회나 소비자단체협회,참여연대 등 이익단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 있는 투자 대상을 모두 놓친 뼈아픈 경험이 있다"며 "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지배구조로 빨리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은 5.77%로 공무원연금기금의 7.4%에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균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금의 지배구조(의사결정구조)는 기금 고갈 문제만큼 중요하다"며 "기금 운용이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뤄지도록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