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호재지역 선별적 장기투자를

올 하반기 토지 시장은 상반기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오는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개발업체들이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매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시세 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지을 만한 곳에 미리 땅을 사두는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도 국토의 20% 이상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토지 매입이 까다롭다.

더욱이 올해부터 외지인이 땅을 팔 때 최고 60%까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해 이미 토지 시장은 투자상품으로서 인기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저가 토지를 구입하거나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중심으로만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토지시장 위축 요인 많아

분양가 상한제는 얼어붙은 토지 시장에 찬물을 부은 격이다.

사업 시행업체가 감정가나 공시지가 이상으로 땅을 사면 땅값 초과분만큼 개발 이익이 줄게 돼 토지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로 인해 사업을 빨리 진행하려고 땅값을 좀 더 주는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주택시장이 차지하는 토지 비중이 컸는데 분양가 상한제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토지를 살 수 있는 진입 장벽도 더 높아져 가격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 문제도 투자에 걸림돌이다.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토지 공시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땅값은 평균 11.6% 상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통계와 실제 땅값의 괴리를 지적했지만 세금이 토지 거래에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토지 가운데 농지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은 아니지만 임야는 공시가격이 3억원을 넘으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 토지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

행정수도 혁신·기업도시 등 개발 예정지의 땅을 수용당해 받은 보상금으로 다른 땅을 사는 수요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토지 수용자 가운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아 농사 지을 땅을 사는 대신 아파트나 상가를 사려는 경향이 최근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보상금 수령자들도 땅을 처분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개발 호재지역은 부분상승

토지 시장의 안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투자 전 점검해야 할 사항은 더 늘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단타로 시세 차익을 얻는 시대는 끝났다며 장기 투자를 권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기본적으로 가용 용지 자체가 모자라 땅값이 하락하는 일은 드물며 장기적으로는 땅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라며 "개발 후보지의 배후나 교통 인프라가 개선될 지역에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 시장 양극화로 개발 압력이 낮은 곳의 땅을 사면 상당기간 유동성 경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 선호 지역인 경부축 중심의 매수를 권유했으며 경매 시장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가격으로 매입하면 시세 차익을 얻을 때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시세보다 적은 금액으로 토지를 살 수 있는 경매 시장을 추천했다.

또 "농지를 산 경우에는 부재지주로 적발돼 땅을 팔아야 할 처지가 되기 전 농지은행에 맡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상승 여력이 부족한 토지는 과감히 정리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항공방재가 가능하고 경지정리가 잘 돼 있는 농지를 매도 1순위로 꼽았다.

황용천 사장은 "평당 2만~3만원짜리 땅에 1000만원쯤 묻어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요즘 상황에 맞는 투자법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땅을 살 때 대출을 끼고 사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여유자금으로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