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사업 진출…반도체 설계부문도 대폭강화

'비료회사와 반도체 수탁가공회사가 만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지난 5월1일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의 합병법인인 '동부하이텍'이 공식 출범할 당시 시장은 이 같은 의문을 품었다.

동부한농은 비료와 농약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고,동부일렉트로닉스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이 주력인 회사.전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회사가 합병한다는 점에서 나올 수 있는 궁금증이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사실 합병 이전에 두 회사가 처했던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동부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31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년 계속되는 적자로 자금난을 겪어왔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CB(전환사채)도 발행했지만 가까스로 자본잠식을 면하고 있던 상태였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는 반도체 업종의 특성을 감안할 때 막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동부한농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농약 비료 석유화학 등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갖고 있었지만 수년째 1조원 초반대의 매출에 머물면서 성장이 멈춰 있었다.

상황이 이랬던 만큼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은 동부한농의 풍부한 자금을 이용해 투자여력이 없는 동부일렉트로닉스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50여일이 지난 지금,동부하이텍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합병 이후 동부하이텍은 △농업부문 △재료사업부문 △반도체사업 부문 등 세 개의 핵심사업부문을 설정했다.

농업부문에서는 기존 비료 농약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건강식품업과 바이오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정했다.

반도체 사업부문에서는 재료부문을 합쳐 종합반도체 회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설정했다.

합병법인의 미래 모습을 '바이오 반도체 복합기업'으로 설정한 것이다.

특히 옛 동부일렉트로닉스가 주축이 된 반도체사업부문은 이번 합병으로 '환골탈태'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동부일렉트로닉스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가공) 사업에만 집중해왔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회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칩 생산을 대행해주는 것으로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종합반도체 회사들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다.

시장상황의 변동에 따라 라인 가동률이 극명하게 갈리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동부하이텍 반도체사업부문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파운드리 외에 반도체 설계 부문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반도체 제작의 전(前)공정과 후(後)공정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사업구조를 단순 위탁가공생산에서 '테스트(웨이퍼의 수율 측정과정)'나 '패키징(반도체 배선 등)','모듈 제작(최종 제품화 과정)'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팹리스업체들의 영역인 기획·설계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해 국내외 일부 팹리스업체 인수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미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말 디스플레이 구동칩 전문기업인 토마토LSI에 100억원 상당을 투자,35.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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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하이텍의 미래성장동력 추진 현황

▶∼2007년 4월 이전

-동부한농 : 농약,비료 사업 위주

-동부일렉트로닉스 :반도체 수탁가공 위주

▶2007년 5월 합병∼

-반도체부문,농업부문,재료사업부문 등 3개 사업으로 재편

-반도체 부문 : 팹리스업체 인수로 종합반도체 회사로 도약

-농업부문 : 비료,농약 외에 건강식품업 진출 검토

-재료사업부문 :반도체용 소재업을 강화해 반도체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