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盈敎 < 동국대 총장 youngfive@dongguk.edu >

아침에 일어나 세면을 하면서 거울을 본다.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면서 또 거울을 본다.

직장에 가서도 한 번 이상은 거울을 보고,퇴근해서 샤워할 때도 거울을 보게 된다.

최소한 하루에 네 번 이상은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인생 7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거울 보는 데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하루 24시간 중 30분 정도는 거울을 본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말 거울과 가깝다.

사람은 왜 거울을 보는가.

동화 '백설공주' 속의 질투하는 왕비는 마법의 거울에게 질문을 던진다.

"거울아,거울아,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이 질문의 심리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나는 이것을 자기 스스로에게 던지는 절망적인 질문의 대표적 표상으로 본다.

답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혹시…' 하는 심정을 갖는 게 인간이다.

동화책에서 거울은 그것을 보다 확실하게 판정해주는 심판관 기능을 한다.

"백설공주요!"

그렇다.

거울은 이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심판이다.

무정하고 비정하며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대상이 먼저 왜곡하지 않으면 거울은 대상을 왜곡하지 않는다.

문제는 거울 앞에 선 대상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명시 '국화 옆에서'의 절정은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가 아니던가.

그러나 어찌 누님만 거울 앞에 서겠는가.

정확한 심판관으로서의 거울은 우리 모두를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앞의 통계자료를 더 보면 여성들은 하루 평균 8회 정도 거울 앞에 선다고 하고,남녀를 불문하고 거울 보는 횟수가 갑자기 늘면 이성 친구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외모에 대한 자기검열 방법이 '거울보기'인데,나이가 들면 이런 종류의 검열 욕구가 약해져 거울 보는 횟수가 자연스레 줄어든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거울을 유심히 볼 때가 있다.

자기를 보다 분명하게 성찰하기 위해서 거울을 보는 경우다.

일본의 저명한 대중 강연자 가네히라 게이노스케는 자신의 저서에서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고 말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문장 속에 촌철살인의 섬광이 번쩍인다.

'내가 먼저 웃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감추고 있다.

나의 부드러운 말 한 마디,상대방을 향한 따뜻한 눈길이 먼저라는 뜻이다.

공자는 사람 나이 예순이면 귀가 순해진다 했는데,거울 앞에 서는 나의 예순은 시대정신에 맞게 스스로의 감각을 통섭시키려 애써본다.

눈빛과 표정과 목소리까지 가세해'아·부·따'를 읊조린다.

내가 먼저 '아름답고,부드럽고,따뜻하게'를 외치고 실천하면 거울도 그렇게 할 터이다.

이는 곧 나를 대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