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내용이라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언론 보도가 검찰 수사와 보조를 맞춰 주십시오."

서울중앙지검 형사1~8부와 조사부 등을 총괄하는 박철준 1차장검사가 출입 기자들에게 즐겨 쓰는 말이다. 박 차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폭행사건과 경찰의 외압.은폐 의혹,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거대 연예 기획사 팬텀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의 탈세 및 횡령 사건,전 언론노조의 정치 후원금 의혹 등 최근 세간의 주목을 끄는 굵직한 사건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특수부 등을 산하에 둔 3차장이 검찰의 '입'을 대변해 온 서울지검에서 최근 들어 박 차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박 차장의 언론 대응방식은 그러나 원리원칙주의에 가깝다. 1차장 부임 직후 그는 사석에서 "검찰의 수사를 중계하는 언론보도는 문제가 있고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수사 밀행주의'와 '피의사실 공표죄'도 누차 강조해 왔다.

최근 서울지검과 박 차장은 여타 정부부처와 마찬가지로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정정보도 청구도 빈번해졌다. 박 차장은 "'~인 것으로 전해졌다'는 식의 보도는 미확인 내용이고 사실무근"이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수사 내용보다 앞서간다고 판단되는 '기사 제목'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한다. 해당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김승연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발표한 수사내용의 일부가 사전에 모 언론을 통해 그대로 알려지면서 말 그대로 '김빠진' 브리핑이 됐던 점 등을 상기하면 주요 의혹 사건의 수사 현황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기자들의 노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마치 기자가 검찰의 공소장을 보기라도 한 듯 구체적으로 취재한 '특종보도'가 잇따르는 법조계 현실에서 박 차장의 원칙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전북고창 출신인 박 차장검사는 광주제일고,단국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13기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연수원 동기다. 대검찰청 및 서울지검 공안부와 서울고검 형사부장 등을 거쳤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