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또래이면서 잡초처럼 골프인생을 개척해온 민나온(19)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수생활을 해온 미셸 위(18).

대비되는 환경에서 자란 두 선수의 명암이 11일 끝난 맥도날드 LPGA챔피언십에서 3위와 84위로 극명하게 갈렸다.

민나온은 160cm의 단신으로 미 LPGA투어 내 한국선수 가운데 세 번째로 키가 작다.

'땅콩 선배'인 장정(153cm),김미현(157cm)과 함께 '땅콩 트리오'를 구성할 정도다.

185cm를 넘는 위보다는 25cm 이상 작다.

체격 조건도 다르지만 걸어온 길도 천양지차다.

민나온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으나 아마추어 시절 동갑내기 신지애(하이마트),김송희(휠라코리아),최나연(SK텔레콤) 등에게 가려 국가대표에 뽑히지도 못했다.


지난해 미국 Q스쿨에서는 18위를 기록, 불참 선수가 많은 B급 대회나 월요 예선을 통과해야 하는 조건부 출전 자격을 얻었다.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회장을 찾아 무작정 기다리는 생활은 그야말로 설움의 연속이다.

민나온은 이번 대회가 끝난 지 불과 14시간 만에 US여자오픈 출전 티켓을 따기 위해 최종 예선전에 나가야만 했다.

반면 5세 때 골프채를 잡은 위는 '천재 골퍼'라는 칭송과 함께 '여왕'처럼 살아왔다.

늘씬한 외모에다 빼어난 장타,남자선수들과의 성(性)대결을 무기로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나이키와 소니로부터 연 1000만달러를 받는 계약을 했고 수백만달러의 광고료와 초청료를 챙기는 등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남녀대회에서는 위를 초청하려고 아우성쳤고 위는 입맛에 맞는 대회를 골라 참가했다.

대회장으로 갈 때는 타이거 우즈같은 특급 선수들이 타고 다니는 '걸프 스트림Ⅳ' 전용기로 이동했다.

가는 곳마다 초호화 객실과 최고급 서비스가 제공됐다.

그러나 선수는 역시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맥도날드LPGA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입증됐다.

민나온은 11일(한국시간) 미 메릴랜드주 하브드그레이스의 불록GC(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3위에 올랐다.

막판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선두를 맹추격하는 모습은 전 세계 골프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민나온은 보디턴에 의한 '콤팩트 스윙'으로 정확성이 높고 드라이버샷 거리도 250∼260야드로 수준급이다.

유명한 코치에게 레슨받은 적은 별로 없지만 아니카 소렌스탐의 스윙을 보는 것 같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민나온은 자신의 데뷔전인 4월 코로나챔피언십(멕시코)에서 5위를 차지한 데 이어 메이저대회에서 3위에 올라 상금랭킹이 20위권으로 상승했다.

내년 투어 카드를 일찌감치 확보했고 향후 출전 대회 수도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위의 성적은 참담하다.

전날 83타에 이어 이날도 7오버파 79타로 무너지며 커트를 통과한 84명 가운데 유일하게 300대 타수(합계 21오버파 309타)로 꼴찌를 했다.

아무리 손목 부상이라지만 부끄러운 성적이다.

280야드를 넘나드는 파워풀한 스윙을 구사하던 위는 정확도를 높이려다 드라이버샷 거리마저 평균 250야드 이하로 줄어드는 등 총체적인 난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를 영입했지만 예전의 스윙은 사라져버렸다.

위는 여자대회에서도 하위권에 머무르는 실력으로 미 PGA투어에 어떻게 나갈 수 있느냐는 비난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좋은 대접을 받으며 초청선수로 대회에 나가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최종일 5언더파 67타를 몰아쳐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2위 캐리 웹(호주)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달 미켈롭 울트라오픈에 이어 시즌 2승째다.

안젤라 박(19)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5위에 올라 신인왕 레이스 포인트 130점을 보태 516점으로 선두를 지켰다.

이정연(28)과 이지영(22·하이마트)이 나란히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10위를 기록,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들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