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수출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일까.

디자인? 가격?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휴대폰에 탑재하는 내장 게임이다.

수입국의 국민성 문화 종교를 감안하지 않은 게임을 넣었다가는 클레임을 당하거나 안팔리기 일쑤다.

11일 휴대폰 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사들은 수출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입국의 국민성 종교 문화에 따라 휴대폰 게임을 선택해 탑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중동 국가는 종교적 금기 사항이 많기 때문에 게임을 내장할 때 특히 신경 써야 한다.

LG전자는 얼마 전 음악 게임 '펌프 잇업'을 넣어 수출하려다 급히 삭제해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의 노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배꼽이 드러나는 여성 캐릭터가 있는 게임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또 예멘에 수출된 휴대폰 게임의 메뉴가 별 모양이었던 것도 문제였다.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들어가 있는 게임을 이슬람 국가인 예멘에 수출하는 휴대폰에 쓰는 게 무리였던 것.이 때문에 LG전자는 다이아몬드로 모두 바꿔야 했다.

유럽용 휴대폰엔 혼자 앉아 조용히 몰입할 수 있는 머리 쓰는 게임이 많이 탑재된다.

유럽인의 성향 탓이다.

81칸의 정사각형에 숫자 1~9를 겹치지 않게 집어넣는 퍼즐 게임인 '스도쿠'가 요즘 최고 인기다.

미국인들은 늘씬하고 팔다리가 긴 8등신의 게임 캐릭터를 선호한다.

취향 자체가 유럽인과 완전히 다르다.

미국게이머들은 조작법이 다소 어렵더라도 화끈한 액션과 '월드베이스볼' 같은 스포츠 게임에 열광한다.

중국인들은 그래픽과 색감이 화려하고 음량이 요란한 게임을 선호한다.

LG전자 MC연구소에서 휴대폰 내장 게임을 기획하는 이민정 연구원은 "과시하기 좋아하는 중국 국민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르의 전설2'와 같은 시끌벅적한 역할수행게임(RPG)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게임 강국인 한국의 취향은 어떨까.

같은 연구소 이호준 선임연구원은 "한국 소비자들은 게임을 너무 잘해 가리지 않는다"면서 "수준이 높아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게임 후기를 올리는 부지런함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휴대폰에는 대개 3~5개 게임이 내장되며 개발에는 6개월 정도 소요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