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국민연금에서 탈퇴해 사학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으로 갈아타고 있다.

보다 많은 연금을 받자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해 오던 기관의 '염치없는 행위'란 비난이 일고 있다.

◆누가 갈아탔나

11일 KDI와 사학연금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200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옛 정신문화연구원)에 이어 최근(5월17일) KDI 본원의 연구원과 사무직원들도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옮겨탄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국과학기술원과 광주과학기술원도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이미 옮겨갔으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는 사학연금으로의 전환을 신청하는 등 정부 산하 대학원들의 국민연금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대학들도 법인화를 조건으로 사학연금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은 사립학교 교직원 및 가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후생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들 국책 연구기관이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던 배경과 이들이 왜 사학연금으로 가려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왜 갈아타나

KDI 관계자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챙기는 입장에서 보면 연금개혁이 되더라도 사학연금으로 갈아타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수익비(낸 보험료와 받는 연금액 간 비율)가 훨씬 높기 때문에 갈아탈 수 있으면 빨리 갈아타는 게 좋다는 얘기다.

김상호 관동대 교수(경영학부)가 최근 분석,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가입자가 2000년부터 근무했다면 특수직연금(사학연금 포함)의 수익비는 3.53~3.88배로 국민연금(2.22배)보다 훨씬 높다.

같은 보험료를 내더라도 사학연금이 59~75% 더 준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 개혁 후 특수직연금을 손대더라도 기존 가입분에 대해서는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빨리 옮겨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없나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83년 사학연금법 개정으로 '법률에 의해 대학원을 설치,운영하는 연구기관으로서 교육부 장관이 지정하는 연구기관의 교수요원 및 연구요원은 가입이 가능하다'는 특례 규정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이들 기관의 사무직 직원도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더 넓혔다.

KDI 관계자는 "KDI 연구원과 사무직들도 오래 전에 옮겨탈 수 있었지만 국민연금에 남는 게 유리한지,아니면 사학연금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한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아 시간이 걸린 것일 뿐"이라며 "연금을 20년 이상 탈 수 있다면 사학연금이 절대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이전을 강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블랙코미디"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다른 국책연구원의 한 연금전문가는 "한쪽에선 연금개혁을 그토록 부르짖던 KDI 연구원들이 다른 쪽에서 현실적인 이익을 얘기하며 사학연금으로 전환한 것은 한마디로 블랙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만약 어떤 기관이 수익비를 따져 국민연금보다 사학연금 쪽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와 옮겨탄다면 해당기관으로서는 이익일지 모르나 사학연금으로서는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셈"이라며 "지금 시점에서의 연금 전환은 일종의 프리라이딩(무임승차)"이라고 꼬집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