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서 복무한다.

동시에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입대를 피해보려고 꿈꾼다.

자기발전과 미래를 위해 투자할 시기인 20대에 2년의 공백을 갖는 것은 아쉽게 생각되기 때문.하지만 대개 남자들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진다.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팀'5P'.일명 '오인용'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런 군대 얘기를 정확하게 짚었다.

이들이 제작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연예인지옥'은 병역을 기피하는 가상의 연예인들이 군대에 간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들이 군대에서 겪는 갖은 고초를 통해 군대 내부의 적나라한 악습과 실태를 통쾌한 웃음과 함께 보여준다.

2003년께 처음 선보인 이래 5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연예인지옥 시리즈의 인기 비결은 대체 뭘까.

◆연예인지옥의 서곡(overture);김창후 이병의 탈영사건

군대에서는 조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행동과 눈치가 빠르지 않아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을 고문관이라고 부른다.

고문관은 군대에서 특히 고생한다.

고문관 김창후 이병은 선임병의 구타와 욕설을 견디지 못해 탈영을 감행한다.

하지만 결국 붙잡힌 김창후 이병은 부대로 끌려와 선임병들과 함께 영창 신세를 진다.

◆연예인들의 지옥,무뇌중과 스티붕유

연예인지옥 시리즈는 가상의 연예인 '무뇌중'이 입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무뇌중은 고문관 김창후 이병이 내무반의 실세 정지혁 병장에게 쉴새없이 두드려맞는 것을 보면서 공포감을 느끼고 비로소 자신이 군대에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정지혁 병장의 험한 욕설과 말투,그리고 구타는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선임병이 합법적으로 휘두르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상징한다.

이 같은 과장된 표현이 바로 군대 경험이 있는 예비역들에게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수많은 팬들을 울렸던 인기 노래를 우스꽝스럽게 부르다 정지혁 병장에게 무참히 두들겨맞는 무뇌중. 연예인들의 화려한 사회생활과 군대에서 이등병으로 전락한 신세와의 괴리감을 풍자한 대목이다.

실세 정지혁병장에게 정지혁 병장에게 권력을 내주고 항상'짱박혀(각종 작업 및 훈련,집합 등을 열외하기 위해 숨는 것으로 주로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들이 사용한다)'있다가 어디선가 나타나는 두 말년 병장들도 빼놓을 수 없는 웃음거리다.

통제와 폭력으로 일관하는 정지혁병장과 달리 두명은 두 명은 신병과 후임병들에게 끊임없이 장난을 치면서 긴장을 이완시키거나 은근히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암묵적인 역할분담,즉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구사해야 하는 조직 내 리더들을 나름대로 상징한 셈이다.

스티붕유 편은 외국 시민권 등을 이유로 한국인이면서 병역을 기피하는 특권층을 풍자한다.

부대 행정보급관에게 전입을 신고하는 자리에서 스티붕유는 발음 때문에 행정보급관에게 태극기로 두들겨 맞고 정지혁 병장에게도 구타당하며 애국가를 제대로 못 부른다고 두들겨맞는다.

이는 권리와 특혜,혹은 인기만을 누리고 의무를 이행하려 하지 않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모 연예인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물론 이 때문에 풍자의 대상이었던 연예인들의 소속사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신연예인지옥

최근에 선보인 신연예인지옥은 실제 연예인 대신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1편 강심장편의 주인공 강심장은 재벌 아버지를 둔 연예인.동기 기진맥은 너무 허약해서 손이 닿기만 해도 죽는 시늉을 한다.

정지혁 병장은 다시 주먹을 날리며 '사회인' 강심장을 '군인'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3편 '호국의무대'편에서 오인용의 해학은 절정에 달한다.

피가 끓는 나이에 격리된 채 반복적이고 통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군장병들이 제일 열광하는 여자 가수 팀들이 방문해 위문공연을 하는 내용이다.

장기자랑을 제일 잘 하는 병사들에게 특별휴가를 허락하겠다는 대대장의 손짓 하나에 군대 내 행사 음악이 흘러나온다.

필요 이상의 권위에 대한 풍자다.

4편부터는 조직폭력배출신인 '신앙심'이 신병으로 등장하면서 부대 내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신앙심은 거슬리는 선임들뿐 아니라 모든 내무반원들을 때려눕힌다.

이 순간 정지혁 병장이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신앙심과 마주치는 것이 5편의 마지막 장면이다.

정지혁 병장은 신앙심을 때려눕히고 군대의 마지막 기강을 도로 세울 수 있을까.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