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운용사가…수입은 은행이

펀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펀드 수수료 체계가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은행 등이 가져가는 판매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의 수수료는 평균 2.5% 안팎이다.

이 가운데 70~75% 정도를 은행이 판매 보수 명목으로 챙기고 나머지 25~30% 정도를 자산운용사가 가져간다.

재주는 운용사가 부리지만 수수료의 대부분은 은행이 챙겨가고 있는 셈이다.

은행은 고객에게 판매 권유를 하고 고객 불만에 대응해야 하며 마케팅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이 정도 수수료는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은 은행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의 펀드 판매원들이 다양한 펀드의 성격과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일방적으로 계열 자산운용사 상품을 권유하거나,수수료 수입을 높이기 위해 펀드 환매와 재가입을 권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펀드 정보가 유통되면서 소비자들 스스로 어떤 펀드에 투자할지를 미리 결정하고 은행 창구에 가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매사의 역할은 이전보다 크게 축소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산운용사들이 고객들에게 직접 어필하기 위해 자체 예산으로 광고를 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면서 은행은 별로 하는 일 없이 수수료 수입만 챙긴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 펀드 판매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자에 속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판매사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료 체계 개편을 힘있게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식형 펀드 전체 보수가 1% 수준이고 판매 채널 간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판매 보수는 많지 않다.

이와 관련,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자산운용사의 내실을 강화하고 우수한 운용 인력을 확보해 펀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