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보고 싶기도,보고 싶지 않기도 한 연극 '썸걸즈(Some girls)'.여자들의 감춰진 속내를 시원하게 보여줄 수도 있고,자칫 내 남자의 '왕자병'을 키워줄 수도 있다.

성공한 젊은 영화감독 진우는 결혼을 앞두고 과거에 사귀었던 여자들을 찾는다.

한 호텔방에 네 명의 여자를 차례로 초대한 그는 그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떠난 것에 대해 용서를 빈다.

고등학생 때 사귄 양선에게는 헤어진 이유가 '꿈꾸던 미래의 모습이 달라서였다'고 변명하고,만난 장소라고는 모텔밖에 없는 민하에게는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을 사과한다.

졸업 후 조연출로 참여한 첫 영화의 감독 아내였던 정희에게는 불륜을 저지른 후 들켰을 때 혼자 도망가버린 것을 미안해 하고,여의사 은후에게는 "그래도 너를 가장 사랑했노라"고 말한다.

옛 여자들을 찾아다니는 남자와 그에게 아직도 애증이 남아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알피'까지 많이 나온 터라 그다지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그래도 '썸걸즈'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사랑에 대해 취하는 행동과 내뱉는 말의 현실성 때문이다.

화났다고 말하는 것조차 자존심이 상해 "괜찮아"라고만 하는 양선이나 "내가 상처받은 만큼 너도 상처받아야 돼"라고 울부짖는 정희의 심리 상태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하다.

또 이별의 책임에서조차 도망치고 싶어하는 진우는 인정하기 싫은 우리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썸걸즈'는 영국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닐 라뷰트의 희곡으로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 공연됐다.

이번 무대는 연극 '아트',뮤지컬 '클로저 댄 에버'를 연출했던 황재헌이 각색하고 연출했다.

진우 역은 연극배우 이석준과 최덕문이 번갈아가며 맡는다.

잘 생기고 매끈한 진우가 보고 싶다면 이석준,맛깔스런 연기와 웃음을 원한다면 최덕문을 찾아볼 만하다.

8월5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6-339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