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다산경영상] 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 "반도체 클린룸 최첨단시설 1년만에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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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경영인 >
경기도 성남시 신성이엔지 본사 5층에 있는 이완근 회장(66) 집무실에 들어서면 책상 너머 벽면에 붙어있는 커다란 중국과 일본 지도가 눈에 띈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지도도 아니고 웬 중국·일본 지도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회장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이자 경쟁상대인 인근 국가들에 밀리지 않고 경제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찾고 준비해야 함을 다짐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답변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신성이엔지의 역사와 향후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77년 냉동공조전문업체로 출발해 80년대와 90년대에 각각 반도체 클린룸 설비와 공정 자동화 시스템 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일본 제품들이 호령하던 핵심 장비와 부품들을 잇따라 국산화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려 왔다.
이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신성이엔지로서는 세계 시장을 놓고 일본 업체뿐 아니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앞서 있다'는 자만이나 '두렵다'는 공포를 가질 틈이 없다"며 "그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막 출발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앞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회사 설립 이래 30년간 장비 및 부품 국산화의 외길을 걸으며 7개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 3400억원대의 중견그룹을 일궈냈다.
창업초기부터 '제조업 경쟁력은 기술력'임을 강조하며 기술개발에 쏟아온 이 회장의 열정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다.
그는 회사 설립 이듬해 전산실용 항온항습기를 내놓으면서 업계에 두각을 나타냈고 국내 최초로 건식 가습 기술을 도입,선박도장용 제습기를 국산화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80년대 초 반도체 산업의 등장으로 이 회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메모리반도체 사업 진출을 준비하던 삼성전자로부터 클린룸 설비를 개발해 1년 안에 납품해 달라는 제의를 받은 것.그렇지 않아도 항온항습기와 공조기기 사업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클린룸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이 회장은 제의를 수락하고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연구 개발에 매진했다.
하지만 일은 간단치 않았다.
클린룸시스템은 외부 공기를 깨끗하게 걸러서 공장 내부로 보내는 팬필터유닛(FFU)과 공조기기,습도조절기,옷의 먼지를 제거하는 에어샤워 등으로 구성된다.
초청정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에선 입방피트당 먼지를 10개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회장은 "수천만개 이상의 날아다니는 먼지를 10개 이하로 잡는 것은 당시 최첨단 기술이 아니고는 불가능했다"며 "선진업체와 기술 제휴를 맺어 해결하려 했지만 누구도 응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았다.
석박사급 연구원들과 함께 일본 업체를 견학하며 설비를 '맨 눈'으로 찍어왔고 수십 차례 해외에 나가 관련 기술을 습득했다.
이를 토대로 국산화 작업에 착수해 결국 1년 만에 제품을 생산해 납품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공장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퇴근도 하지 않은 채 밤낮으로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클린룸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고 죽어라 제품개발과 품질 혁신에 매달렸다"며 "1985년 현대전자에 처음 납품해 공사를 마무리했을 때 고 정몽헌 대표로부터 '이전 외국산보다 낫다'는 평가와 함께 감사패를 받았을 때 정말 가슴이 뿌듯했다"고 회고했다.
신성이엔지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일본 후지쓰와 NEC,대만 난야 등에 클린룸의 핵심 장비인 팬필터유닛을 공급하며 이 사업에서만 연 1200억~1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회사로 발전했다.
이 회사는 또 1998년에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 공장자동화시스템 분야에 진출,반도체 제조공정 중 국부적인 청정상태를 유지해 주는 스미프(SMIF) 시스템을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하는 등 관련 장비를 잇따라 국산화했다.
이 분야에서 매출이 본격 발생하기 시작한 2004년부터 신성이엔지는 매출 2000억원대 회사로 올라섰다.
신성이엔지는 지난해 21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1년 냉동공조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신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 889억원을 합치면 2998억원에 달한다.
거래소에 상장한 96년 당시 매출인 838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5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올초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매출 1조 기업 등극'과 '글로벌 기업부상'을 회사의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매출 1조원을 달성하려면 수요가 한정된 내수시장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며 "지난해 10% 수준인 수출비중을 2010년 35%까지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성이엔지는 클린룸과 공장자동화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대만 동남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신성엔지니어링과 루디아 AITEC 등 계열사를 통해 진출한 냉난방 종합공조와 신·재생에너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재료 로봇장비 등을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술과 인재 중심의 경영으로 새로운 성장 유망 사업분야에서도 클린룸의 성공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경기도 성남시 신성이엔지 본사 5층에 있는 이완근 회장(66) 집무실에 들어서면 책상 너머 벽면에 붙어있는 커다란 중국과 일본 지도가 눈에 띈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지도도 아니고 웬 중국·일본 지도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회장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이자 경쟁상대인 인근 국가들에 밀리지 않고 경제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찾고 준비해야 함을 다짐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답변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신성이엔지의 역사와 향후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77년 냉동공조전문업체로 출발해 80년대와 90년대에 각각 반도체 클린룸 설비와 공정 자동화 시스템 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일본 제품들이 호령하던 핵심 장비와 부품들을 잇따라 국산화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려 왔다.
이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신성이엔지로서는 세계 시장을 놓고 일본 업체뿐 아니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앞서 있다'는 자만이나 '두렵다'는 공포를 가질 틈이 없다"며 "그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막 출발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앞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회사 설립 이래 30년간 장비 및 부품 국산화의 외길을 걸으며 7개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 3400억원대의 중견그룹을 일궈냈다.
창업초기부터 '제조업 경쟁력은 기술력'임을 강조하며 기술개발에 쏟아온 이 회장의 열정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다.
그는 회사 설립 이듬해 전산실용 항온항습기를 내놓으면서 업계에 두각을 나타냈고 국내 최초로 건식 가습 기술을 도입,선박도장용 제습기를 국산화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80년대 초 반도체 산업의 등장으로 이 회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메모리반도체 사업 진출을 준비하던 삼성전자로부터 클린룸 설비를 개발해 1년 안에 납품해 달라는 제의를 받은 것.그렇지 않아도 항온항습기와 공조기기 사업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클린룸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이 회장은 제의를 수락하고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연구 개발에 매진했다.
하지만 일은 간단치 않았다.
클린룸시스템은 외부 공기를 깨끗하게 걸러서 공장 내부로 보내는 팬필터유닛(FFU)과 공조기기,습도조절기,옷의 먼지를 제거하는 에어샤워 등으로 구성된다.
초청정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에선 입방피트당 먼지를 10개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회장은 "수천만개 이상의 날아다니는 먼지를 10개 이하로 잡는 것은 당시 최첨단 기술이 아니고는 불가능했다"며 "선진업체와 기술 제휴를 맺어 해결하려 했지만 누구도 응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았다.
석박사급 연구원들과 함께 일본 업체를 견학하며 설비를 '맨 눈'으로 찍어왔고 수십 차례 해외에 나가 관련 기술을 습득했다.
이를 토대로 국산화 작업에 착수해 결국 1년 만에 제품을 생산해 납품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공장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퇴근도 하지 않은 채 밤낮으로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클린룸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고 죽어라 제품개발과 품질 혁신에 매달렸다"며 "1985년 현대전자에 처음 납품해 공사를 마무리했을 때 고 정몽헌 대표로부터 '이전 외국산보다 낫다'는 평가와 함께 감사패를 받았을 때 정말 가슴이 뿌듯했다"고 회고했다.
신성이엔지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일본 후지쓰와 NEC,대만 난야 등에 클린룸의 핵심 장비인 팬필터유닛을 공급하며 이 사업에서만 연 1200억~1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회사로 발전했다.
이 회사는 또 1998년에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 공장자동화시스템 분야에 진출,반도체 제조공정 중 국부적인 청정상태를 유지해 주는 스미프(SMIF) 시스템을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하는 등 관련 장비를 잇따라 국산화했다.
이 분야에서 매출이 본격 발생하기 시작한 2004년부터 신성이엔지는 매출 2000억원대 회사로 올라섰다.
신성이엔지는 지난해 21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1년 냉동공조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신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 889억원을 합치면 2998억원에 달한다.
거래소에 상장한 96년 당시 매출인 838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5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올초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매출 1조 기업 등극'과 '글로벌 기업부상'을 회사의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매출 1조원을 달성하려면 수요가 한정된 내수시장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며 "지난해 10% 수준인 수출비중을 2010년 35%까지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성이엔지는 클린룸과 공장자동화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대만 동남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신성엔지니어링과 루디아 AITEC 등 계열사를 통해 진출한 냉난방 종합공조와 신·재생에너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재료 로봇장비 등을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술과 인재 중심의 경영으로 새로운 성장 유망 사업분야에서도 클린룸의 성공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