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 우리은행의 마이스타일 자유적금. 고객이 직접 상품 이름과 금리 변동주기,가입기간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지난 4월1일 출시된 이후 3만4534계좌(29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루 700계좌씩 팔려나간 셈이다.

우리은행은 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주부 모니터 요원 30명을 뽑아 시장 조사와 아이디어 제안을 맡겼다.

'인터넷의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바람에 맞춰 금융 상품도 고객이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모니터 요원들의 제안에 착안해 상품이 설계됐다.


#사례2 : 국민은행의 명품 여성통장. 작년 9월 출시 이후 63만497계좌에 2조3799억원이 팔려나가며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국민은행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주부들을 모아 놓고 네 차례에 걸쳐 고객 심층 좌담을 벌였다.

한 사람이 다른 고객을 데려올 때 덤으로 금리를 주는 '추천금리'와 매월 말 통장에 한 달간의 수입과 지출 잔액 등을 표시해 가계부 대용으로 쓰도록 한 '통장 가계부' 등 이 상품의 히트 비결은 주부들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고객 마음은 고객이 제일 잘 안다.'

은행들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객의 머리를 적극적으로 빌리기 시작했다. 상품 개발 단계에서 고객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은 물론 '상품모니터단'까지 운영하는 은행도 있다. 고객이 단순 금융 소비자에서 벗어나 직접 상품 설계와 판매에까지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까지 총 2000만원의 상금을 걸고 고객들을 상대로 신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벌이고 있다. 대상 한 명에게는 300만원의 상품을 준다. 살빼는 데 성공하면 추가 이자를 주는 '다이어트 예금'과 기념일 날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플 통장' 등 지금껏 300여건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국민은행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상품개발과 은행업무,경영개선 아이디어를 상시 접수받고 있다. 분기별 평가를 통해 최우수 제안상에 50만원 등 상금과 상품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또 오는 20일부터 7월22일까지 대학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제2회 신상품 및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 대상 1팀 1000만원을 비롯해 최우수상(1팀) 500만원,우수상(3팀) 각 300만원,장려상(5팀) 각 100만원의 상금 등 총 59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우수상 이상 수상자들은 국민은행 신입행원 채용시 우대한다. 기업은행도 총상금 3200만원을 걸고 지난달 말까지 '제1회 IBK 기업은행 대학(원)생 대상 연구논문 및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역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객상품 제안코너'를 마련하고 고객의 아이디어를 상시 접수받고 있다. 분기별로 접수된 아이디어를 평가해 최우수상에는 상금 100만원을 준다.

하나은행은 내부 고객인 직원을 상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29일까지 한 달간 '하나 신상품 공모전'을 열고 있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로부터 경쟁력있는 신상품 개발의 원천을 얻자는 취지다. 아이디어가 채택된 직원은 포상을 받는 것은 물론 워크숍 등 상품개발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게 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상품 성공의 핵심인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고객을 직접 상품 개발에 참여시키는 것이 일반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