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중구에서 추진 중인 세운상가 재개발지역 내 220층(960m)짜리 초고층 빌딩을 허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반면 잠실,상암,용산 등 한강변에 입지할 초고층 빌딩의 건축은 추진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12일 대한국토ㆍ도시계획학회에 의뢰,전문가 간담회와 정책토론회 등 공론화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초고층 건축에 대비한 도시계획적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역사ㆍ문화 자원이 많은 4대문 안 등 도심부와 구릉지(언덕)가 많아 자연경관을 보호해야 하는 지역에는 100층 이상 초고층 건축이 불허된다. 이에 따라 주변에 남산,종묘 등 역사ㆍ문화자원이 많은 세운상가 자리에는 22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없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지역에는 '도심부 발전계획'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규정된 현행 높이 기준(최고 110m)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운상가 자리에 초고층 빌딩을 세워 도심기능을 활성화하려던 중구청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는 그러나 잠실 제2롯데월드(555mㆍ112층),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의 랜드마크 빌딩(540mㆍ130층),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 철도정비창)의 랜드마크 빌딩(620mㆍ150층)의 경우 건축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들 초고층 빌딩이 △기반시설과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을 갖춘 전략개발지역 △도시기반시설 여건이 좋은 부도심 △개발이 용이한 신개발지역 등 적정 입지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와 관련,서울시 관계자는 "성남비행장 때문에 초고층 건축을 반대하는 공군과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주거용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인근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 제2롯데월드 사업승인 여부는 오는 27일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어질 초고층 빌딩에 대해서는 업무ㆍ상업ㆍ주거ㆍ문화 등 다양한 용도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자족적 수직도시'로 꾸밀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 공동화를 막고 직장과 주거지를 가까이에 두는 '직주근접(職住近接)'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시장 수요 등을 감안해 복합화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아울러 초고층 건축으로 인해 확보되는 지상공간(Open Space)에는 공원 및 공공 공지를 조성하는 등 친환경적 토지활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11층 이상 건축물에 헬리포트(옥상 위 헬리콥터 착륙장)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거나 의료시설ㆍ공동주택ㆍ위락시설 등을 동일 건축물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초고층 건축에 불합리한 현행법령의 수정ㆍ보완을 건교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