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내 패션몰과 형태가 유사한 서울 시내 다른 쇼핑몰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올 들어 경매 시장에 나온 매장이 700개를 웃돌 정도다.

강남역에 있는 점프밀라노(390개),영등포에 위치한 지뗌(55개),명동 하이헤리엇(23개),강변역 테크노마트(18개),숭례문 수입상가(11개),제기동 한솔동의보감(4개) 등 주요 상권의 쇼핑몰들이 총망라돼 있다.

이처럼 쇼핑몰 시장을 침체의 늪에 빠뜨린 주범으로는 공급 과잉이 꼽힌다.

기존 쇼핑몰이 잘 되는 곳이라든가 유동인구가 많다 싶으면 개발업체들이 수요는 생각지도 않고 신규 상가를 쏟아내고 있다는 얘기다.

상가정보업체인 상가뉴스레이더에 따르면 2002년 서울에서만 26개 쇼핑몰이 공급된데 이어 △2003년 14개 △2004년 18개 △2006년 14개로 공급이 줄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3개가 공급됐다.

최근 5년간 공급된 점포수만 6만5000여 개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분양가가 턱없이 높아 어지간해선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는 점도 경매 물건이 많아진 원인이다.

예컨대 동대문 남대문 신촌 등 유명 상권의 경우 3∼4평(전용면적은 2평 이하)을 분양받기 위해선 평당 5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투자자들은 분양받은 상가를 상인들에게 임대하는데 10년 동안 2억원(4평을 분양받는다고 가정)을 투자해 연 6%의 수익을 내려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내겠다는 상인을 구해야한다"며 "요즘과 같은 상황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12일 경매에 나온 동대문 패션몰 누죤의 지하 1층 매장은 2년 동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관리비만 760여만원이 체납됐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단지내 상가나 대형 택지지구의 근린상가도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어서면 적정 수익률을 내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쇼핑몰 분양가는 확실히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쪽으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쏠린 것도 쇼핑몰 수요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면 투자수익을 분산투자 개념으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돌리기도 하는데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상가를 사더라도 단지내 상가나 역세권 상가 등 이른바 인기상품으로만 몰려 테마상가는 찬밥신세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