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끝났다.

지금은 혁명의 시대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바람은 허리케인으로 변했다.

돌풍은 현상 유지를 위해 구축된 철옹성을 허물고 있다.' 미국의 전략경영 전문가 게리 해멀은 예측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하자면 모든 조직이 과감한 혁신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혁신의 전제조건으로 '상식을 벗어난 목표 설정''사업에 대한 탄력적 정의'와 함께 '새로운 목소리 경청'을 꼽았다.

젊은 사람,소수파,신참에게 귀 기울이라는 얘기다.

조직의 혁신을 위해선 지시대로 일하는 꿀벌형보다 기존방식에 의문을 품는 게릴라형,곧 창조적 괴짜가 많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머리와 가슴은 다른 것일까.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 최고경영자 83.9%가 "괴짜 기질이 회사 창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지만 정작 회사엔 괴짜가 적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 취업포털에서 알아본 '상사가 좋아하는 부하직원'은 '근면성실하다,예의바르다,뭐든 배우려 한다,조직적응력이 뛰어나다,업무능력이 뛰어나다'였다.

업무능력보다 예의같은 태도가 중시된다는 말이다.

이런 풍토에서 괴짜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을 입사 1년 만에 그만둔 한 청년이 남겼다는 사직서 내용은 겉으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론 여전히 낡은 틀을 고수하는 국내 기업의 실상을 보여준다.

"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건지,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이 회사는 뭘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는지…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필요하지만'이라는 단서가 붙는 한 괴짜형 인재의 활용도,조직의 혁신도 어렵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시저를 예를 들어 리더십이란 '모든 사람은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부하의 능력을 적절하게 파악,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괴짜도 쓰기 나름이란 말일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