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은행창구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사 간 의견이 다소 엇걸리고 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13일 "4단계 방카슈랑스의 시행을 막기 위해 이달 중으로 설계사 등 보험모집 종사자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다음 달 국회에 입법청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2005회계연도 5228억원으로 손보사 전체 순이익 4740억원보다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까지 방카슈랑스를 확대할 경우 보험 모집 조직의 기반을 크게 잠식해 대리점과 설계사들의 대량 실직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설계사 조직이 이처럼 방카슈랑스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각 생보사들은 자사의 이해득실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 대한 교보 등 대형 생보사들은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연기 또는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외국계 생보사 및 은행계 중소형사들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사들이 방카슈랑스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설계사 조직이 약해져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은 종신보험과 치명적질병(CI) 보험의 방카슈랑스 시행시 최소 2만4000명,최대 7만5000명의 설계사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설계사 조직을 갖고 있는 대형사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설계사 조직이 약한 외국계 및 중소형사들은 방카슈랑스가 확대되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8월 저축성보험을 시작으로 방카슈랑스가 시행된 이후 대형사 시장점유율은 떨어지고 외국계 및 중소형사 점유율은 급속히 확대됐다.

2003년 말 삼성 대한 교보 등 대형 3사의 시장점유율은 72.3%였으나 2006년 말 62.8%로 낮아진 반면 외국계는 12.7%에서 18.9%로,중소형사는 15.0%에서 18.3%로 각각 높아졌다.

한 외국계 생보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불완전 판매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설계사 조직이 약한 회사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생보협회는 최근 보험학회에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을 짚어내기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해둔 상태다.

내달 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공청회를 가진 후 업계의 최종 입장을 정리해 국회에 문제점 등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이해관계에 따라 각 사의 입장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가급적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생보업계와 달리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의 방카슈랑스 시행에 대해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