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노동조합인 운수일반노조가 사모펀드의 재규어·랜드로버 인수를 막아달라며 정부에 'SOS'를 요청하고 나섰다.

포드가 이 두 브랜드를 사모펀드에 매각할 경우 임금의 대폭 삭감과 직원 해고,자산 매각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타임지 인터넷판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운수일반노조의 토니 우들리 사무총장은 "사모펀드가 유일한 인수 대상이라면 영국 정부가 나서서라도 매각 협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산은 많지만 경영이 부실한 회사를 사들인 다음 그 자산을 처분해 이익을 챙기는 사모펀드의 속성을 감안할 때 영국 자동차산업 및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정부도 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 조심스럽게 화답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성공적인 미래를 기대한다"고 넌지시 운을 뗐고,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무역산업부 장관은 "이 두 브랜드가 영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간접적으로 포드를 압박했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직접적인 개입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팔지 말지는 포드가 결정할 문제"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포드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매각 여부에 대해서조차 '아직 모든 것은 추측 단계'라며 한 발 뺀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포드가 결국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정리할 것이고 인수주체는 사모펀드가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카디프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개럴 라이 교수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그룹들도 포드와 마찬가지로 과잉설비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어 선뜻 인수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크라이슬러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 사모펀드인 서버러스는 크라이슬러를 74억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3월 매각된 애스턴마틴에 이어 재규어와 랜드로버마저 이번에 새 주인을 찾게 될 경우 4개의 고급차 브랜드로 운영되던 포드의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PAG)'에는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만 남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포드가 볼보도 결국 매물로 내놓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드는 4개의 고급 차종에서 지난해 3억27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포드가 기본적으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한꺼번에 묶어 판다는 전략을 갖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엔 분리해서 파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