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최강' KT 주저하는 사이 삼성.LG.SK 주도권 경쟁

인터넷전화 시장에서 삼성 LG SK그룹 계열사들이 주도권을 다투기 시작했다. 전화시장의 90%를 장악한 KT가 인터넷전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기업 인수나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도입돼 '070' 식별번호를 붙이지 않게 되면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다. SK네트웍스는 최근 인터넷전화 전문업체 애니유저넷을 인수했다. 이로써 애니유저넷 가입자 4만명을 포함,7만여명의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확보해 이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SK네트웍스는 경기교육청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을 중심으로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다.

SK그룹 유선통신 사업의 다른 축인 SK텔링크도 인터넷전화 사업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미 국제전화 시장에서 KT LG데이콤을 추격 중인 이 회사는 케이블TV 사업자와 함께 통신ㆍ방송 결합상품을 내놓으며 가정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삼성그룹의 삼성네트웍스는 인터넷전화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삼성 와이즈 070' 브랜드로 기업용 인터넷전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만5000개 기업에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070 식별번호 기준으로 15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내년에 번호이동제가 도입되면 가정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LG그룹의 LG데이콤은 인터넷전화를 인터넷TV(IPTV)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KT와 달리 LG데이콤은 전화 가입자 기반이 미약해 기간통신사업자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다. 이달 말께 가정용 무선 인터넷전화인 '와이파이폰' 서비스를 내놓고 가정시장을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수주해 9월까지 공단의 전국 119개 본ㆍ지점에 인터넷전화 인프라를 구축,70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화 시장이 KT와 대기업 3강의 대결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