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14일 새벽.인천국제공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5년8개월 만에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때문이었다.

수백여명의 취재진과 '옛 대우맨'들이 뒤엉켜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당시 가까이에서 김 전 회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아직도 생생하게 김 전 회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대국민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며 간간이 목이 메이기도 했다.

특별 전세기로 남미,유럽,아시아 시장을 누비며 한국 경제의 좌표를 설정했던 김 전 회장의 열정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딱 2년이 지났다.

시간은 흘러도 변한 건 없다.

그에게 남아 있는 '주홍글씨'는 아직도 선명하다.

해외비밀금융조직(BFC)을 통해 대우그룹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모럴해저드라는 '주홍글씨'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형 집행정지 상태에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등 뒤에 새겨진 낙인을 치유할 방법은 아직은 없어 보인다.

답답한 마음에 김 전 회장의 곁을 지키고 있는 장병주 전 ㈜대우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전 회장의 근황이 궁금해서다.

장 전 사장은 김 전 회장의 병세를 전하며 "답답하다"고 했다.

귀국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김 전 회장과 '옛 대우맨들'의 공과(功過)가 여전히 재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답답함인 듯했다.

"우선 사면이라도 빨리 돼야 할텐데.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세계경영의 재평가를 논하겠습니까.

대우의 정신만이라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올지 모르겠습니다."

기자는 전화를 끊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세계경영'과 '대우'를 떠올렸다.

안타까웠다.

대우가 망하면서 대우가 추구했던 도전정신과 세계경영까지 함께 묻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2년 전 김 전 회장의 귀국 시기에 맞춰 열린 한 공개토론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패널의 말이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국내 대기업들은 김 전 회장이 닦아 놓았던 길을 따라 과실을 따먹고 있다.

문제는 대우의 세계경영 실패가 아니라 대우의 해체라는 점이다.

기업가 정신이 없어지고 관리형 최고경영자(CEO)가 득세해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장창민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