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13일 한국과의 연례협의를 가진 뒤 "한국의 금융 분야는 대체로 건강한 상태이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들은 남아 있다"며 집값 하락시 발생할 수 있는 금융부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집값이 떨어지면 가계가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주택담보대출을 연장할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내수가 살아나고 수출이 여러 산업에 걸쳐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성장세가 완만하게 나타나 올해 4.4%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집값 하락시 위험 가능성

제럴드 시프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은 내수소비가 살아나고 수출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지만,집값 하락과 중소기업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위험요인으로 봤다.

그는 "한국의 주택가격이 구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는 전제를 단 뒤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주택담보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중기대출 현황을 파악한 것도 이 같은 위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고령화 진전으로 인한 재정 압박"을 한국이 해결해야 할 '더 어려운 과제(stiffer challenge)'로 지목했다.

시프 부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재정정책 수단이 요구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세금을 늘리기보다는 세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의 비중이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물가 등은 '이상무'

IMF는 "한국의 수출은 규모뿐만 아니라 상품구성과 지역다변화 측면에서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4%로 올린 것도 이 같은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시프 부국장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4.4%)는 2008년이 되면 다시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 다소 보수적으로 내다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 둔화가 아직은 한국의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지만 한국의 수출을 저해할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러한 위험이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화당국의 금리정책과 물가관리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는 "고유가로 인해 물가가 약간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행의 목표범위 내에서 잘 유지되고 있다"며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 수준은 최근 몇 년간에 비해 높은 편으로 한은의 금리정책은 적절하며,추후 성장 속도에 따라 금리인상·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용어풀이]

IMF 연례협의

모든 IMF 회원국이 1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하는 통상적인 협의 절차.여기서 나온 IMF의 권고를 회원국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