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 이종수 사장의 집무실 한 쪽에 놓여 있는 가로 한 뼘,세로 세 뼘쯤 되는 액자에 담긴 글귀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그는 "물이라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장애물이 있으면 피해 가기도 하지만,어느 곳이든 들어가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는 얘기다.

실제 이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3일 회사 창립 60주년 기념식 때 일이다.

그는 회사 강당에서 조촐하게 행사를 치른 다음 곧바로 인근 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이어 오후에는 회사 주차장 한 편에 임직원들이 기증한 1만5000여점의 물품을 판매하는 '아름다운 가게'를 열어 수익금 3500만원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냈다.

성대한 기념식보다는 이웃을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자는 이 사장의 뜻에서다.

취임 후 그는 또 국내외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이 사무실 앞에 줄 서 사장을 맞이하던 현대건설의 오랜 전통을 없앴다.

그는 "전에 중동 공사 현장에 갔을 때 직원들이 섭씨 40~5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햇볕 아래 일렬로 서 있어 너무 미안했다"며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찾아가서 인사하면 될 일이라는 생각에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 취임 후 해외 수주 총액 500억달러 돌파,워크아웃 졸업,창립 60주년 등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일 만한 일들이 많았지만 이렇다 할 행사는 없었다.

역시 '전시용 이벤트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그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