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赫東 < 과학기술부 기계소재심의관 atom@most.go.kr >

어디에 투자할까? 요즘 신도시 발표와 거침없이 오르는 주가로 이 물음에 많은 분들의 귀가 솔깃하겠지만,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파트나 주식 투자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10조원의 정부 연구개발비를 어디에 투자해야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투자할 곳은 많다. 기초과학에서부터 차세대 반도체,미래형 자동차,첨단 바이오,원자력,우주산업,남극 세종기지까지…. 모두 중요한 분야다. 일본을 쫓아가야 하고,중국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연구개발(R&D)은 약 2만명의 과학기술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들은 전 세계와 경쟁해 메달권 이내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 경쟁팀의 몇 분의 일의 연구 예산으로 더 우수한 결과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 몇 주 늦어 지식재산권 확보에 실패,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역량을 어느 쪽에 써야 할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우주개발과 중소기업 진흥을 보자. 우주개발은 고도의 과학 능력을 과시해 국민적인 자존심을 높이며,방위력을 튼튼히 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된다. 그러나 중소기업 기술력 강화를 위해 사용한다면 산업 발전과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우선일까.

선진국 연구비에 비해 절대 금액에서 열세인 우리로서는 적기(right time)와 적소(right place),적량(right amount)의 투자가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소액을 꾸준히 지원해야 하는 분야도 있고,많은 양을 집중적으로 단기간에 투입해야 하는 곳도 있다. 민간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술도 구사해야 한다. 기존 투자에 군살이 붙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민간의 역량이 성숙되면 투자에서 조기 졸업시켜야 한다. 현재의 경제성은 낮아도,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안전,지속적인 발전과 성장,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개발해야 할 기술은 너무나도 많다. 기술개발 투자의 전략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 작년 말 많은 고민과 논쟁을 거쳐 분야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 '국가 R&D사업 토털 로드맵'은 앞으로 기술개발 투자를 어디에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밑그림이자 전략이다. 이 로드맵은 과학기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금년부터 투자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R&D투자 로드맵으로 우리 과학과 기술이 금메달을 따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