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량은 많지만 화산지형이라 물이 귀한 제주도.

그래서 사람들은 날마다 바닷가 샘으로 가서 물을 길어와야 했고,'허벅'은 생활 필수품이었다.

허벅은 제주 사람들이 물을 긷고 나르는 데 썼던 질항아리.가득 담은 물을 쏟지 않고 운반하도록 배는 부르고 목은 좁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허벅은 차츰 사라졌다.

무거운 질항아리 대신 고무나 양철로 만든 허벅이 잠시 사용되다 집집마다 상수도가 들어온 1960년대 말에는 허벅을 굽던 가마마저 문을 닫았다.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 가면 사라진 허벅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이 박물관이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으로 열고 있는 '허벅과 제주 질그릇' 특별전.허벅을 비롯해 대항,양춘이,웃통개,알통개 등 제주도의 다양한 통개류(항아리라류) 220여점과 사진자료 9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허벅을 낳은 제주도의 자연·인문 환경을 다룬 '남환박물''탐라지초본' 등 서적과 '탐라지도병서''제주십경도'처럼 제주의 용천대와 곶자왈(숲)을 기록한 자료도 볼 수 있다.

허벅은 모양과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다.

크기에 따라서는 성인 남자라야 짊어질 수 있는 바릇허벅,15~16세 소녀가 사용한 대배기,어린아이용인 애기대배기가 있다.

또 부리의 높고 낮음,넓고 좁음에 따라 기능이 달랐으며 부르는 이름도 등덜리,방춘이,능생이 등으로 다양하다.

굽는 온도에 따라서도 노란 빛을 띠는 노랑굴허벅과 검은 빛을 띠는 검은굴허벅으로 나뉜다.

8월15일까지.

(02)3704-3155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