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俊模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최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는 6월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투쟁,7월에 산별교섭 쟁취 투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전개될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관련 업계와 우리 경제에 많은 부담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금속노조의 FTA 반대 투쟁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외국의 산별(産別)노조와 우리나라 금속노조의 모습을 살펴보면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필자가 최근 산별교섭을 하고 있는 프랑스의 에어 프랑스(Air France)사를 방문해,한국에서 노동조합은 산별교섭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사용자는 반대하는 입장임을 설명하고 산별교섭에 대한 에어프랑스 사용자의 의견을 물었다.

사측은 산별노조가 사용자를 대신해 정부에 불필요한 규제 철폐를 요구하기도 하고 합법적인 집회 시위를 통해 외국 항공사의 시장진입을 막아주기도 하는 등 사용자의 이익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많기 때문에 굳이 사용자가 산별교섭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프랑스 항공 산별노조 모습에 비해 우리 나라의 금속노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첫째 현재의 한·미 FTA 반대투쟁은 프랑스 노조 사례에서와 같이 자국 산업에 이익을 주기는커녕 자해적(自害的)인 집단행동에 가깝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한·미 FTA 체결 시 가장 큰 수혜를 볼 업종이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업체들이라고 하였는데,금속노조는 오히려 대안(代案)과 전략 없는 무조건적인 개방화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둘째 완성차 사용자에 중앙교섭 참여를 요구한 채 한·미 FTA 반대라는 대(對)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는 중소사업주를 끈질기게 압박하여 지난해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만들게 해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중앙집중교섭을 하게 됐다.

그러나 교섭 시 사용자 측이 제시한 비효율적인 이중 삼중의 교섭 관련 사항에 대한 조정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도무지 교섭이 진척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용자가 산별중앙집중교섭을 기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일일 것이다.

외국과 같이 효율적이고 노사의 공정한 게임 룰이 전제된 산별교섭의 성과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노사 관계에 뿌리를 둔 산별교섭은 국익(國益)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셋째 명분 없는 잦은 정치파업은 노동연대(連帶)를 훼손할 수 있다.

금속노조에 소속된 기업들의 조합원 수를 살펴보면 작게는 10여명의 소기업에서부터 크게는 현대자동차와 같이 4만3000명 이상의 대기업까지 포함되어 있다.

완성차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이들이 조합원 수에서 대주주가 되어 금속노조의 의사결정을 좌우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이전(以前)보다 대기업 사업장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서 기존의 소기업 조합원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집단행동이 빈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형 사업장의 경우 파업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만,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는 소기업 노사는 산별 집행부의 잦은 파업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노동계가 원했던 산별교섭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불법 정치파업은 중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미 FTA가 근로자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 노동계도 책임 있는 주체로서 참여해야 할 것이며,개별사업장의 사용자가 해결할 수 없는 의제(議題)를 들고 나와 길거리에서 파업을 해서는 곤란하다.

더 나아가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는 산별노조 내의 조직 운영을 보다 합리화하고,교섭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노력을 하는 한편 파업 찬반투표 결과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기존 기업별 교섭 관행을 극복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금번 금속노조의 한·미 FTA 반대 투쟁은 이러한 조건을 그 어느 것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산별노조 사례에서와 같이 우리의 사용자가 산별교섭에 참여할 유인이 무엇인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