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 노사는 지난 3월 자회사인 아우디 공장(벨기에 브뤼셀 소재)의 근로시간을 임금 인상 없이 주당 35시간에서 38시간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폭스바겐 노사는 2004년에도 독일 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7년간 보장해 주는 대신 주당 근로시간을 4시간 늘리고 2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내용의 대타협을 이뤄낸 적이 있다.

독일에서는 폭스바겐뿐 아니라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지멘스 노사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 인상 없는 근로시간 연장과 임금 동결 등에 합의했다.

과거 강경투쟁의 대명사였던 독일 업체를 필두로 노사상생을 향한 협력 분위기가 유럽 전역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악명 높던 미국 자동차노조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의 위기를 체험하면서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 노조는 회사 측이 제시한 대규모 인원 감축과 공장 폐쇄 등을 받아들이면서 구조조정 노력에 협조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노조의 파워나 파업 건수 등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1975년 23.5% △1983년 20.1% △1993년 15.1% △2003년 12.4% △2006년 12.0% 등으로 떨어지고 있다.

파업 건수(전국 1000명 이상 사업장 기준)도 △1974년 424건 △1980년 187건 △1982년 96건 △1993년 35건 △2003년 14건 △2005년 22건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GM 포드 등이 수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을 시도한 것은 그만큼 해고가 쉽고 고용의 유연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노사관계의 선진국인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도요타는 매년 1조엔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도 4년간 임금을 동결했고,이를 바탕으로 GM을 누르고 세계 자동차업계 1위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혼다도 노사 협상을 통해 올해 기본급 인상분을 월 600엔(약 4600원)으로 정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금 동결이나 마찬가지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