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주택건설업체인 ㈜신일의 부도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 온 은행 및 저축은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금난으로 파산하는 건설업체가 잇따르면 정상적인 대출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과 대형 저축은행은 신일이 시공을 맡은 공사를 담보로 PF대출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신일에 대한 은행권의 순수 대출은 총 300억원대에 머물지만 신일이 시행사들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한 PF 보증 규모는 농협 2064억원,우리은행 822억 등 수 천억원에 이른다. 솔로몬 한국 등 36개 저축은행들도 신일이 시공사인 일부 사업을 담보로 250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의 부도로 현재 추진 중인 건설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원금을 회수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된다.


◆분양 전 사업 원금 회수 어려워

부동산 PF대출은 건설 사업 자체를 담보로 금융사가 시행사에 사업비를 대주고 분양 수익으로 대출액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부동산 시행사의 신용이 취약하기 때문에 통상 금융사는 신용이 있는 시공사의 보증을 확보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공사가 무너지면 돈을 대준 금융사 입장에서 채권 회수가 막막해진다. 대한주택보증보험이 아파트 입주 때까지 공사진행 등을 책임진다고 하지만 이는 입주자를 위한 방책일 뿐 미분양 사태 등으로 손해가 나거나 시공사가 부도를 내면 최악의 경우 돈을 떼이게 된다. 특히 분양 단계까지 진척되지 못한 사업의 경우 주택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통 분양단계 이상까지 진행된 공사에 대해서는 주택보증보험이 채권자인 은행에 대위변제를 하고 주택보증보험이 나중에 시공사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분양 단계 이전의 공사는 주택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신일이 벌이고 있는 주택사업 중 분양 이전 단계의 사업도 적지 않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 PF 부실화 우려

전문가들은 건설업체 부도가 확산될 경우 사업 인허가 이전 단계부터 PF대출을 공격적으로 실시한 저축은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형 저축은행 PF 담당자들은 담보를 설정하고 보증인을 세워 원금회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다. 원 시공사가 부도가 나면 다른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계속할 수 있는 만큼 'PF대란'이 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가 마무리돼도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어느 정도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PF대출이 6개월~1년 만기로 이뤄지는 특성에 비춰볼 때 공사 지연 자체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들어 저축은행업계 PF 연체율이 급등하는 현상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저축은행의 PF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11조2660억원으로 전년대비 100.2%나 급증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 현재 10.3%로 6개월 새 두 배로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주택경기가 냉각되면서 부동산 PF를 줄여왔지만 뒤늦게 PF 시장에 뛰어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부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병연/정인설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