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날로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변죽만 울리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휘발유와 경유의 과세율을 일부 내리겠다는 것도 그렇고, 산업자원부가 유통단계에서 추가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는 회피(回避)한 채 시늉만 내는 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폭등하는 기름값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는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격이 국제유가에 제대로 연동되고 있는 것인지, 공장도가가 부풀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세금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첫째주 평균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고 있는 두바이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의 소비자 가격을 넘어섰다. 두바이유는 그 당시와 비교할 때 낮은데도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더 높으니 뭔가 잘못됐다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것이다.

당장 공장도가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와 정유사들이 네탓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공장도가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른바 '백마진'으로 정유사들의 직영 주유소 확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메커니즘을 모를리 없는 정부가 뒤늦게 보완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그동안 가격신고제는 폼으로만 있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문제는 유통단계 개선으로 과연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기름값이 내려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휘발유 소비자가격에서 정부가 거두어 가는 유류세 비중이 57%에 이르고 보면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OCE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과 비교해 세금비중이 높지 않다고 말하지만 국민총소득을 감안하면 훨씬 커진다. 또 에너지 절약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하지만 정작 정부가 집착하는 것은 23조5000억원에 이르는, 손쉽게 거두어들일 수 있는 거대한 세수기반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기름값 급등을 그대로 방치하면 무엇보다 우려(憂慮)되는 것이 물가불안이다. 이는 결국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경기회복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름값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 우선 정부부터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