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있는 우물(山井)'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경기도 포천의 '산정호수'는 수도권에서 1박2일이나 당일치기 여행지로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를 달리는 드라이브코스로 좋고,인근 계곡에 발을 담그고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문제는 먹거리다.


산정호수는 특산물이 풍부한 곳이 아니다보니 음식이 다양하지 않다.

전형적인 '관광지 식당'들이 몰려 있을 뿐이다.

그만큼 맛집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산정호수 주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식당에 들어가면 일단 가격에 놀라게 된다.

서울에서 1인분에 8000원 하는 삼겹살을 1만원이나 받는가 하면 5000원짜리 한식 메뉴가 7000∼8000원을 넘는다.

그렇다고 음식 맛이 출중한 것도 아니다.

평이한 메뉴에 그저 그런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산정호수 쪽으로 놀러가면 일정 수준 '입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다.

맛에 큰 기대를 걸지 말고 근방에서는 좀 나은 식당이 아니겠냐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현지 주민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라면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산정호수 근처에서 오리구이로 알려진 곳은 '산수야'(031-532-6155)다.

오리 한 마리를 구이로 먹은 다음 발라낸 뼈로 끓인 탕을 먹을 수 있다.

어른 4명이 먹을 양이고 가격은 4만2000원이다.

직접 오리를 기르고 잡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부위별로 나온 고기와 버섯을 불판에 구워 먹는다.

고기 위에 마늘을 듬뿍 올려 익혀 먹는 것이 요령.반찬 맛도 기본 이상은 한다.

쇠고기나 삼겹살을 먹고 싶다면 '산정수로'(031-532-5548)가 좋다.

산정호수 인근에 위치한 몽베르골프장 캐디들이 즐겨 찾는다.

이 집의 특징은 식당 뒤편 텃밭에서 각종 쌈 재료를 직접 재배한다는 것이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겠지만 쌈과 반찬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다.

생등심이 200g에 3만원,삼겹살이 200g에 8000원으로 서울과 비슷하지만 주변에선 싼 편이다.

김치찌개,된장찌개도 먹을 만하다.

버섯두부전골이 괜찮은 곳은 '산비탈'(031-534-3992)이다.

나오는 반찬들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직접 만든 두부를 쓰는 버섯전골은 마늘을 너무 많이 넣는 게 흠이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산정호수 인근의 '이동갈비'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동갈비는 정체불명의 고기에다 양념을 한 맛으로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이동갈비촌 입구에 자리한 50년 된 중국집 '미미향'(031-532-4331)이 낫겠다.

대를 이어 남매가 운영하고 있는 중국집이다.

맛의 편차가 있다는 단골들의 불만이 있지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

음식 양도 많고 불 맛이 살아 있는 요리들이 괜찮다.

숙소로는 한화리조트가 좋고,소규모 펜션들도 많다.

한화리조트 뒤에는 맑은 개울이 흐른다.

가족끼리 삼삼오오 발을 담그고 노는 모습이 정겹다.

개울 옆에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해놨다.

예약(031-534-5500)을 하면 4∼5명이 먹을 수 있도록 바비큐 재료를 준비해준다.

돼지고기,소시지,닭고기,LA갈비 등에 각종 쌈 재료를 준다.

아빠는 고기를 익히고 엄마는 상을 차리는 동안 아이들은 옆 개울에서 놀면 된다.

야외에서 먹는 바비큐 맛이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산정호수(포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