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새로운 왕(New King of Wall Street).' 다름아닌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슈워츠먼을 일컫는 말이다.

블랙스톤이 이달 말 상장하면 슈워츠먼은 77억3000만달러(약 7조원)를 가진 미국 32번째 부자로 부상하게 된다.

블랙스톤을 설립한 지 22년 만에 월가의 왕으로 우뚝 선 슈워츠먼.그가 어떻게 거액을 모았는지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1947년생으로 올해 환갑을 맞은 슈워츠먼은 정통 엘리트 금융인 출신이다.

예일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예일대 재학 시절엔 한 살 위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같은 방을 썼다.

하버드대 졸업 후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해 글로벌 M&A팀 팀장까지 지낸 뒤 1985년 피터 피터슨과 함께 블랙스톤을 설립했다.

'월가의 왕'으로서의 자질은 블랙스톤 설립 때부터 그대로 나타난다.

다름아닌 '싸움판 크게 벌리기'와 '승부근성'이다.

그는 처음부터 10억달러짜리 펀드 조성을 시도했다.

동업자인 피터슨이 5000만달러를 제안한 것과는 규모가 달랐다.

출발부터가 큰 싸움을 겨냥한 행보였다.

블랙스톤을 바탕으로 그의 싸움판 벌리기와 승부근성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2004년 독일 화학 기업인 셀라니스 인수를 위해 주당 17달러를 제안했다.

거절당하자 24달러,28달러,32달러까지 인수가를 높여 결국 주당 32.50달러에 셀라니스를 손에 넣었다.

한번 찍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근성을 발휘한 것. 작년 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블랙스톤은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인수를 놓고 라이벌 사모펀드인 KKR와 한판 붙었다.

KKR가 파격적인 인수가를 제안함에 따라 슈워츠먼은 손을 드는가 싶었다.

그러나 웬걸,당장 인수제안가를 높여 176억달러에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돈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2004년 다소 비싸게 인수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셀라니스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이 기업을 인수하자마자 본사가 있던 독일이 아닌 시장이 좋은 미국에서 기업공개를 실시했던 것.올해 미국 최대 부동산업체인 에쿼티 오피스 프라퍼티즈(EOP)를 389억달러에 인수한 이후에는 계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130억달러짜리 빌딩을 팔아치워 자금을 회수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렇듯 슈워츠먼은 먹잇감을 발견하면 일격을 가해 '전멸(kill off)'시켜야만 성에 차는 매우 공격적인 성향의 인물이다.

"난 전쟁을 원하지,작은 접전이 이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큰 싸움판을 속전속결로 끝내는 승부사다.

그의 이런 성향이 사모펀드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의 승부근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가족 중 한 사람이 블랙스톤의 상장 소식을 듣고 슈워츠먼의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들은 이제 돈이 더 필요 없겠죠?" 어머니의 답은 이랬다.

"당신은 무엇이 그를 움직이는지 모르는군요.

바로 돈입니다." 월가가 주목하는 새로운 왕의 다음 승부가 주목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